요즘따라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자주 멍때리고 있어서 한 번은 염주라는 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그가 그럴수록 어서 옷을 받아서 쿄쥬로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정성이 담긴 선물이면 쿄쥬로의 기분이 어느정도 풀리겠지.
그래서 오늘은 동이 트자마자 약속한 장소에서 상인과 만나기로 했다.
쿄쥬로가 깨지 않도록 슬금슬금 나와서 지갑을 챙겼다.
.
.
.

' 너무... '
옷이...
' 너무 잘 나왔네요! '
너무 잘 나왔다! 일부러 범용성 있는 겉옷이랑
여름 축제용 유카타 두 개를 주문했는데, 두 개 모두 다 너무 예뻐!
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인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 감사해요! 여기 보수... '
" 부인!!! "

멀리서 쿄쥬로의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지금 자고있어야 할 쿄쥬로는
머리가 잔뜩 뻗친 채 맨발로
우리를 바라보며 눈을 형형하게 붉히고 있었다.
' 여보..? '
쿄쥬로는 내가 상인과 잡고 있는 손을 보더니
성큼성큼 달려와 남자의 팔을 쳐내고 나를 뒤로 숨겼다.
" 지아비가 있는 여자의 손을 아무렇게나 잡다니, 제정신인가! "
' 여보! '
쿄쥬로는 대체 왜 그렇게 화가 난 건지 계속해서 오해를 풀려는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 이, 일단!! 제가 잡고 있을 테니까 가세요! 죄송했어요! '
나는 무언가를 꼬치꼬치 캐물으려는 쿄쥬로를 붙잡고 상인을 먼저 보냈다.
쿄쥬로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속이 상한 듯 점점 고개를 수그렸다.
" ..부인. "
' 네, 여보. '
그는 다시 무어라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무거운 숨만 내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곤 내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볼에 올리곤 눈을 감았다.
" 부인... "
' 말씀하세요. '
대체 무슨 오해를 이리 단단히 하고 있나 싶어서
그가 말을 꺼내면 오해를 풀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겨우 쿄쥬로가 내뱉은 말은 정말 뜻밖의 것이었다.
" 어찌... 아무리 그렇다지만... 제 생일에 떠나려 하시나요. "
' 네?! '
나는 너무 깜짝 놀라 해명도 못하고 얼어있었다.
쿄쥬로는 그런 나를 울 것 같은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다시금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난 당신없이 숨도. 쉴 수 없는데... "
갑자기 그가 요즘들어 우울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설마 내가 저 상인이랑 바람이라도 피는 줄 알았던 거야?
오늘 아침 일찍 지갑을 챙겨서 나가니까 야반도주라도 할 것 같았나...
나는 고개를 숙여 흙이 잔뜩 묻은 그의 발을 바라보았다.
날이 선 자갈에 잔뜩 긁힌 것인지 그가 달려온 발자국엔 피도 묻어 있었다.
내가 그의 발을 보고있는 것을 알았는지 쿄쥬로는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나는 가만히 품에 안고있던 옷을 건넸다.
" ...이게 뭔, "
' 당신 꺼요. '

' 당신 생일선물. '
쿄쥬로는 눈을 꿈뻑이며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잘 개인 옷을 받아들었다.
' 저 분한테서 산 거예요. 이 옷들. '
그는 그 말이 들리는 건지 아닌 건지
갑자기 고개를 퍼뜩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 그럼. 당신이 나를 떠나는 일은.. "
' 그럴 리가 있나요. '
쿄쥬로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를 끌어안았다.
잔뜩 긴장한 건지 팔에 힘이 너무 세게 들어가 숨이 답답할 정도였다.
"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
그는 나를 안아 들더니 내 품에 코를 박고 잔뜩 숨을 들이켰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착각이 창피했는지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 당신만 있으면 됩니다. "
나를 내려놓은 쿄쥬로는 옷을 받아들고는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 부인, 당신 하나만. "
.
.
.

" 부인. 어떤가요? "
쿄쥬로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옷을 입어보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마루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쿄쥬로가 잠시후 문을 열었다.
그리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온 그의 모습은...
' 아무래도... 너무 작네요. 옷이. '
"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
무슨 옷에 끼인 사람 같았다.
나는 푸하하 웃으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
쿄쥬로는 그런 나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릿칼을 귀뒤로 꽂아주며 마주 웃었다.
" 다음에는 꼭 같이 맞춥시다. "
' 그래야겠어요. '
그는 자신의 하오리를 벗어 내 어깨 위에 덮어주었다.
나는 쿄쥬로의 손을 잡고 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 생일 축하해요, 여보. '
옷을 받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