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뜬 곳은 병단 내 의무실이었다.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는 곳은 아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노을빛이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니 그래도 아까보다 어지러운 것은 덜 했다. )
「 ...일어났나? 」
( 가림막을 걷고 나가니 병장님이 의무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계셨다. 훈련 감독은 어쩌고서 여기에 와 계시는지 의문만 든다. )
- 병장님?
「 정말 네 녀석은... 」
- ......
「 힘들다 싶으면 훈련 전에 말하라고 했을텐데. 그건 어디서 배워 먹은 똥고집이냐. 」
( 병장님이 나직한 한숨과 함께 손을 뻗으셨다. 가만히 있자 이내 이마에 따스한 손이 얹어졌다. )
「 열은 다행히 아닌가 보군. 」
( 차마 월경 중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래서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손을 거두고 병장님은 나른한 얼굴로 나와 눈을 맞추셨다. )
「 처음에는 화를 내려고 했다. 앞에서 보고 있는데 휘청하더니 넘어가는 꼴이란, 내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지? 」
( 병장님은 엄격하게 보여도 아프다고 하면 훈련도 바로 빼주신다. 평소에도 누누히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나쁘면 당장 얘기하라고 하셨는데, 이를 무시하다 쓰러진 거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미카사인 줄 알았던, 나를 받아준 인물은 아무래도 병장님인 모양이다.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외간남자한테 안겼다고 하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다... )
「 그래도 아픈 녀석한테 화를 내는 것도 이상하고. 물론 다음에도 아픈 걸 숨기고 훈련에 참여한다면 얄짤없을 거다. 」
- 죄송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병장님께서 옮기신 건가요...?
「 그럼 누가. 」
-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혹시 계속 여기 계셨어요...?
「 내 멋대로 있었던 거다. 그냥 조금 걱정됐을 뿐이니까. 너도 일어났으니 나는 다시 나가봐야 되는데, 괜찮아지면 천천히 나와라. 」
( 평소 감정 표현이 거의 없다시피하시는 병장님 입에서 걱정이라니, 순간 놀래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병장님도 조금 멋쩍으셨는지 내 눈을 피하고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셨다. 문이 닫히고 혼자 남은 의무실에 어딘지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