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리바이 선배!"


내 외침에 앞서 가던 리바이 선배가 고개를 돌렸다. 저 자그마한 몸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나는 무심코 나오려는 변태 아저씨가 지을법한 웃음을 애써 감추며 성큼성큼 선배 앞으로 다가갔다.


"시끄러워, 네 녀석 목소리로 복도가 울린다."


"선배, 지금 동아리 가시는 거예요?"


"아아.


리바이 선배는 가사부의 부장이자 에이스였다. 빨래, 청소, 요리 등 가사에 관한 모든 분야에서 수준급 실력을 겸비해 가사부에 속해 있음에도 다른 동아리들의 스카우트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미화부, 요리부, 얼마 전에는 요리 대회에서는 우리 학교 요리부와 맞붙어 피눈물을 흘리게 해줬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안 들어 갈거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가사부 동아리방을 지나쳐 걷고 있었다. 선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나는 뒤를 돌았다. 문을 연 채 내가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는 선배의 모습에 괜스레 가슴이 찡해졌다. 헐, 매너 봐- 나는 솟아오르려는 광대를 꾹꾹 손으로 누르고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뭐해요?"


동아리방으로 들어서며 선배에게 물었다.


"글쎄... 아, 그리고 엘빈은 회의가 있어 불참이라 하더군. 나머지 녀석들은 늘 그랬듯이 안 올테고."


헉?! 그 때 내 머릿속에서 풍악이 울렸다. 쾌지나 칭칭나네... 날 제외한 나머지 부원 두명은 유령부원이었기에 학기초 두세번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었지만 엘빈 선생님이 안 오시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사부 담당을 맡고 계신 역사과목 엘빈 선생님은 나름 동아리에 대한 열의가 상당해 한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동아리에 참석해주셨다.

그런데 엘빈 선생님이 안 계신다니... 이건 오늘 고백을 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응, 그런 것일까?


"그, 그럼 저랑 선배 둘 뿐인가요?"


"생각해보니 그렇군."


꺄악! 내적 비명을 지르며 머릿속으로 고백 시뮬레이션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선생님없이 단둘이 있으니까 평소보다 더 많은 사적인 얘기를 나눌 게 분명했다. 우선 선배한테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하고 물어봐야지. 없다고 하면 '저는 선배가 좋은데.'하고 돌직구를 날려 볼까?! 아니 그런데 만약 있다고 하면... 어떡하지.


"(-)."


"네, 네?!"


시뮬레이션 종료. 나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선배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리바이 선배답지 않게 초조한 모습.


"네..?"


"젠장."


선배가 주먹을 꽉 쥐고 심호흡을 한다. 무슨 일인가요, 선배... 설마 저를 때리려고? 나는 눈을 꾹 감았다. 하지만 웬걸,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꽉 감았던 눈을 살짝 뜨자 코앞까지 다가와있는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귀가 빨개진 채 리바이 선배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사귀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