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연인과 이별한 것은 그날따라 많은 거인과 조우하던 벽외조사 날이었다.


'병장님, 큰일 났습니다...'


'어이 무슨 일이냐, 침착해.'


'그게, (-) 선배가 반장으로 있던 좌익 후방 쪽이 괴멸이라고,'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하다. 리바이는 간신히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패닉에 빠진 병사들을 인솔했다. 인류최강이라는 자의 격려가 가진 힘은 커서, 악재에도 병사들은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들고 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리바이의 속은 무너지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후배 병사들을 이끌고 그들이 멀어지자 리바이는 말의 고삐를 당겼다. 다시 거인의 소굴로 간다니 지금 자기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살아있을 수도 있잖아.

리바이가 고삐를 단단히 쥐었다. 이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급했다.


'리바이 아니키!'


'리바이-'


'병장님-'


지켜주지 못한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그 때와 똑같은 건가, 지금 나는.


"(-)."


리바이의 목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예상이 맞다면 좌익 후방 쪽이 거인과 조우한 것은 이 즈음일 터였다. 리바이는 다급하게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네' 라든지 '여기 있어요' 라든지 하다못해 아픈 신음소리라도... 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자, 인상을 찌푸리며 리바이는 말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


자신의 목소리가 꼴사납게 갈라져 있었다. 분명 제 연인이 들었다면 엄청나게 놀릴 만큼. 어느새 리바이는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갈라진 목소리는 고사하고 그 외침은 이제 사람의 소리인지 짐승의 소리인지 구별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리바이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제 옆에서 평생을 약조하던 그녀가 쉽게 죽을리는 없을 거라고 리바이는 무작정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기울기 시작했지만 리바이는 그 숲에서 연인의 흔적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

"...리바이."


죽은 동료들의 유골이 불에 활활 타오른다. 조사병단에서 유골을 찾아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은 호상(好喪)으로, 시체조차 찾지 못한 동료들이 훨씬 많았다. 그녀도 그 대다수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연인의 장례를 치뤄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리바이 가슴속에서 사무쳤다.

한지는 괴로워하는 리바이 옆에 가만히 서서 자리를 지켜주었다. 하나 둘씩 병사들이 빠져나가고 피어 오르던 불이 사그러들기 시작했음에도 리바이는 부동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녀석도."


그러던 리바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이렇게 장례를 치뤄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리바이..."


"어제는 그 녀석이 꿈에 나왔어. 나보고 '미안하다'고 하더군. 갑자기 사라져서, 그리고 마지막에 얼굴도 못 보여주고 갔다고."


"......"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미안하다."


리바이의 주먹이 힘없이 밑으로 떨어진다. 그의 앞으로 바짝 다가간 한지가 조심스레 어깨로 손을 올리려다 멈추었다. 소중한 연인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 안되어 섣불리 위로조차 해줄 수 없었다. 한지는 말없이 리바이 옆에 서 있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했다.

지하도시 때부터 함께 생활하던 동료들이 거인에게 죽은 이후로 리바이는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많은 동료들이 죽고 또 죽어도, 리바이는 울지 않았다. 죽음에 슬퍼해봤자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연인이 돌아올 리는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리바이는 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리바이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로 눈물을 날린다.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로 연인의 얼굴이 언뜻언뜻 비치었다.

리바이는 그녀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만약 다시 한번 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리바이는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었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다고, 네 잘못이 아니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끝내 네 유골을 찾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리고 평생동안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