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병장님의 컵 쥐는 손은 정말 특이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컵을 쥘 때 손잡이를 잡거나 아니면 전체적으로 컵을 감싸서 들어올리는데, 컵의 윗부분만 잡고 차를 마시는 그 방식은 아마 병장님을 제외하고는 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뭐 아니면 병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오르오 정도.

나도 해볼까?

홀짝홀짝 홍차를 마시는 병장님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얼거리는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병장님은 왼손에는 컵, 오른손에는 서류를 든 채 바삐 눈을 움직이고 계셨다.

나는 병장님을 방해하지 않게 조심하며 찻주전자를 들어 남은 홍차를 컵에 따랐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병장님이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보시고는 다시 서류뭉치로 고개를 박으셨다.

홍차가 담긴 컵에서 모락모락 김이 새어오른다. 나는 슬쩍 곁눈질로 병장님이 하시는 모양새를 보고 그대로 따라서 윗부분을 잡아 들어올렸다.


"악!!!"


손바닥을 컵 위로 대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훅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홍차에서 나오는 김이 이렇게 위력이 대단할 줄은 몰랐다! 갑자기 밀려오는 뜨거움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뭐야. 다쳤어?"


내 비명소리에 병장님이 다시 고개를 드셨다.


"앗뜨뜨뜨뜨뜨뜨뜨뜨 아아뇨, 뜨거워서... 앗뜨뜨뜨"


정체불명의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거 진짜 많이 뜨겁다. 눈을 질끈 감고 재빨리 컵을 내려놓은 다음 탈탈 손을 털어댔다.

빨개진 손바닥이 너무 얼얼했다. 컵을 떨어뜨리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다. 여태껏 병장님은 이 뜨거움을 참아가면서 홍차를 드신건가?


"너, 너무 뜨거워요!"


"그러게 쓸데없이 컵을 그렇게 쥐고 마시니까 그러잖아."


"병장님도 이렇게 드시잖아요..!"


"나는 오랫동안 그렇게 잡았으니까 익숙해진거다. 손은?"


"아릿해요..."


병장님이 내 손을 휙 잡아채 꼼꼼히 손바닥을 살펴보셨다.


"다행히 살짝 데인 정도인것 같군. 그래도 찬 물에 손 넣고 있어."


"네에..."


내가 괜찮은 걸 확인한 병장님이 다시 특유의 컵 쥐는 손으로 홍차를 입에 가져다대셨다. 하, 나도 병장님처럼 저렇게 마셔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