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싫어."
"병장니임-"
"빨리 병단에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다시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쳇..."
병장님은 유독 내가 시무룩한 모습에 약하셨다.
"아이고, 남자분 잘 생각했어요. 이게 또 얼마나 비싼 건데. 내가 서비스로 그려주는 거라니까."
"소품은 저기 있는 거 아무거나 써도 되는 거죠?"
나는 병장님의 소매를 잡고 질질 끌어 당겼다. 순순히 내가 이끄는 대로 끌려와 주신 병장님이지만 소품을 보고서는 정색을 하시며 고개를 저으셨다.
"...이건 네 녀석 혼자 해라."
"네네, 알겠어요."
그렇게까지 병장님을 괴롭히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번만은 순순히 물러났다. 높으신 귀부인들이 쓸 것 같은 깃털 달리고 리본 달린 챙 있는 모자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말린 꽃다발들이 있었다. 단복 위에 모자를 쓰는 것은 웃기게 보일 것 같아서 나는 그냥 물망초 꽃다발만 집어 들었다.
"그럼 그릴까요? 아, 그 전에."
"네?"
"어색하게 서 있지만 말고 좀 붙어봐요. 무슨 내외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말이야, 허허."
"부탁하는 것도 많군."
"하핫- 어떻게 할까요, 그럼?"
"팔짱을 껴봐. 옳지, 그렇게-"
병장님이 무심하게 팔을 내밀었다. 거기서 내 팔을 휘감자 근육으로 단단한 병장님의 팔이 느껴졌다. 둘이서 손은 많이 잡았지만 팔짱을 끼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꽃다발에 팔짱까지, 딱 결혼식 분위기여서 조금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마치 결혼식 같군."
거기에 병장님의 작은 속삭임까지.
사각사각 연필이 움직인다. 이 상태로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걸까. 결혼식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내 얼굴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새빨간 내 얼굴을 주인 분께서는 다 보고 계실텐데, 얼굴을 푹 숙이고 싶어도 숙일 수 없어 괴로워하고 있던 순간에 병장님이 다시금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신다.
"뭐, 이런 것도 네 말대로 가끔은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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