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화방의 주인은 꽤 고집스러워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날카로운 눈빛과 깊게 팬 이마의 주름이 그를 신경질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으나 반대로 프로페셔널해 보이기도 했다. 화방 내에서 나는 유화 냄새도 그렇고 주인의 모습도 그렇고 장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어이, 초상화 두 개에 얼마나 하지?"
"초상화 그리시게? 그런데 인물화는 가격이 좀 센데."
"그래서 얼마나 하지?"
"거참 젊은 부부한테 돈을 많이 받기도 미안해서 어쩌나."
"상관없어... 어차피 돈은 위에서 내줄 거고-"
"그러면 되겠네! 내가 서비스로 한 컷 더 그려줘야 겠구먼."
실시간으로 병장님이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는 건 재밌었다. 빨리 끝내고 가고 싶은데 주인의 말이 많아서 곤란한 표정이었다가 한 컷 더 그려준다니까 아예 체념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런 병장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병장님, 좋잖아요- 서비스라는데."
"암요, 서비스라니까요."
"하아..."
주인은 첫인상은 되게 무서워 보였는데 인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도구를 가지러 가는 주인의 뒷모습을 보다가 병장님은 뒤에 놓인 소파에 털썩 주저 앉으셨다.
"벌써 힘들어 하시면 어떡해요. 그나저나 병장님, 아까 저 분이 하시는 얘기 들으셨어요?"
"뭐가."
"젊은 부부라고 하시는 거요!"
"아아, 들었다. 뭐 딱히 정정할 필요도 없고 해서 놔뒀지만."
"그 말은 저희가 지금 부부라는 뜻-"
"정정하기 귀찮아서라는 뜻이다."
너무해요, 병장님을 흘겨보고 있는데 도구를 가지러 가신 주인 분께서 돌아오셨다.
"그럼 슬슬 그려볼까요, 여자분부터?"
-
생각처럼 재밌는 활동은 아니었다. 가만히 저 쪽에서 스케치를 할 동안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고개를 움직이면 주의를 준다. 그래서 뻣뻣하게 앉아 있었더니 목에 담이 올 지경이었다. 병장님을 구경할 힘도 없어서 나는 소파에 축 늘어져 앉아 있었다.
"스케치 다듬고 색칠까지 해서 이 주 내로 보내 드릴게."
"네에, 감사합니다-"
"아아..."
"남은 한 컷도 그리고 가셔야지?"
"아니, 피곤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군."
"...아쉽게 됐네, 신혼부부처럼 보이길래 두 사람 그림 하나 그려 드리려 했더만은."
"어, 어떤 그림이죠, 그거?"
"요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설정 그림이라고 하나? 저기 있는 소품 같은 거 들고 둘이 같이 서 있으면 그거 그려줄게요."
"병장님! 그리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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