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님, 오늘도 밤 새시려구요?"
며칠째 밀린 서류 작업으로 밤을 새고 계시는 병장님은, 여태까지 아무리 피곤해도 그 티를 잘 안 내셨는데 오늘은 어지간히도 피곤하신 모양이었다. 양 주먹으로 눈을 꾹꾹 누르다 관자놀이를 짚다 목을 돌리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등받이에 기대는 등 '나 피곤해요'하는 기운을 온 사방으로 뿜어내고 계신다.
"미안하지만 먼저 자라. 좀 늦어질 것 같다."
"세 시간이라도 주무세요. 그러다 쓰러지실까 걱정되니까요."
"시간이 없어."
"얼마나 남았는데요? 제가 도와드리면 빨리 끝낼 수 있지 않을까요?"
병장님께서 휘휘 손을 저으셨다.
"됐으니 누워, 곧 잘테니까."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완고하게 거절하신 병장님의 모습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서류의 절반 가량을 집어 들었다. 대충 내용을 훑어보니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라 단장님 서류 작업 몇번 도와드렸던 내 경력(?)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와드릴게요, 내일 일정도 없으니까요."
이미 펜촉에 잉크를 묻히고 있는 내 모습을 본 병장님이 반쯤 포기한 말투로
"피곤하면 바로 들어가서 자라.",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씀하셨다.
.
.
.
"거봐요, 같이 하니까 일찍 끝나잖아요! 지금 시간이... ......4시...?!"
분명 처리하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는데,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절반을 처리하는데만 4시간이 걸렸다. 병장님이 얼마나 서류에 시달렸으면 불면증에 걸리셨을까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옆을 보니 나보다 먼저 일을 끝낸 병장님께서 그대로 책상에 엎어져 숙면을 취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병장니임-, 그렇게 자면 불편하니까 침대에서 자요."
".....어.." 잠에 취해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하시는 병장님. 살짝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철퍼덕 책상으로 엎어지신다.
"계속 그렇게 주무시니까 어깨가 결리는거에요."
"아아..일어나지...."
그래도 정신은 반쯤 깨어있는데 몸이 안 움직이시는 것 같았다. 나는 병장님 한쪽 팔을 내 어깨 위로 걸친 다음 허리에 손을 받치고 낑낑대며 병장님을 침대로 옮겼다.
"잘 자라...."
"손 잡고 자요."
반쯤 꿈나라로 가 있는 상태에서도 내 말을 용케 알아 듣고는 오른손을 내미신다. 병장님 손 위로 내 손을 덮었다. 나는 한참 병장님 손을 만지작대다 깍지를 꼈다.
"......더워."
덥다고 말씀하시면서도 깍지를 낀 손을 더욱 꽉 잡고 잠에 빠져드신 병장님이다. 귀여우시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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