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까지 잘 작정이냐."
"아...병장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쩍 입을 벌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켰다. 병장님 방에서 잠을 잔 건 오랜만이라 뒤척이다 밤늦게 자고 말았다. 몇 시간 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일어나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아아, 잘 잤지. 너는 오늘도 늦잠을 자다니 대단하군."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 거예요!"
병장님은 아침부터 빗자루를 들고 부지런히 방을 쓸고 계셨다. 아침부터 저렇게 움직이면 피곤하실텐데. 어찌됐든 병장님을 보니 게으름을 부리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나도 청소나 도와드릴까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병장님 머리가..."
병장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더니 뻗친 머리가 심하게 눈에 띄었다. 삐죽 솟은 병장님의 뒷머리를 꾹 누르고 떼자 다시 띠용-하고 솟아올랐다.
"자고 일어났으니 뭐..."
"크흡, 오늘따라 유독 뻗친 것 같아서요."
잠버릇이 심한 병장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계셨다. 책상에서 주무실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병장님이 침대에서 주무신 다음날에는 정말 머리에 자아가 있는 건 아닐지 의심될 정도로 중구난방하게 머리가 뻗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더 심한 것 같았다. 이리저리로 뻗어있는 머리와 눌러도 다시 솟아오르는 그 탄력성에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입을 앙다물어 안으로 집어당기고 최대한 올라가는 광대를 감췄다. 하지만 귀신같이 내 웃음을 알아차리신 병장님의 미간이 꿈틀 움직였다.
"하아? 비웃는거냐."
"크흡... 아뇨아뇨아뇨."
빠르게 손사레를 치는 내 모습에도 병장님은 성큼성큼 거울로 다가가 얼굴을 비춰보시더니, 급격하게 냉랭한 표정을 지으셨다.
"..."
"엇, 제가 머리 정돈하는 거 도와드릴까요?"
"그래..."
문제는 오늘따라 병장님 머리가 더 억셌다.
물을 아무리 묻혀도 다시 튀어오르고, 빗으로 빗으니 오히려 이상한 가르마가 만들어지고- 물에 흠뻑 젖은 채 뒷머리가 솟아오른 병장님 모습은 아까보다 더 처참했다.
"하아......"
"아, 아니 이렇게까지 안될 줄은..."
"됐어, 내가 해볼테니까."
빗을 손에 쥔 채 이리저리 머리를 매만지는 병장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나온다.
"여전히 그대론데요..?"
"젠장, 빌어먹을."
결국 오늘 병장님은 그 머리 상태로 훈련감독을 하게 되셨다. 솔직히 내가 봐도 병장님 머리는 조금, 아니 꽤 많이 웃겼다!
그건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오늘 훈련 내내 돼지 울음소리같이 컹컹대는 웃음 참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병장님 표정은 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하지만 죄송해요, 병장님. 저도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