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 일을 도와드리다 보니 벌써 오후 3시- 점심도 아직 못 먹었는데, 식당 문은 닫혀 있을 게 뻔했다.
꼬르륵-
복도를 걷는데 배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다.
순간 당황한 나는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눈만 옆으로 굴리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아무도 없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갈길을 가려던 찰나,
"엄청난 소리군."
"헙! 병장님?"
"...점심 안 먹었냐?"
"단장님 일 도와드리다..."
"쯧, 엘빈 그 녀석은 항상 밥도 안 먹고 일을 하니까 말이지."
"병장님이 남말 할 처지가 아닌데요."
꼬르륵- 다시 배에서 큰 소리가 난다.
"어쩔거냐. 그대로 저녁까지 버티게?"
"일단 먹을 거라도 있는지 찾아봐야죠, 뭐 어쩌겠어요..."
"어쩔 수 없지, 따라와."
-
병장님이 날 데려오신 곳은 바로 식당이었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 뻘쭘하게 앉아있는 나, 그리고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지신 병장님.
어디로 가신거야...
조금 불편한 마음에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병장님을 기다렸다. 그 때 부엌문이 열리더니 병장님이 나오셨다.
"어디 가셨나 했더니..."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니까 기대하지 마라."
병장님이 탁자에 음식을 내려 놓으셨다. 순간 병장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았다.
"와, 병장님 요리도 하세요?"
"그냥 평범하게 남들 하는 수준이야. 그보다 얼른 먹지 그러냐."
스튜에 갓 구운 빵, 샐러드까지. '평범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허겁지겁 빵을 집어 들었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맛있어요! 완전."
거기다 병장님이 날 위해 해주신 요리라니,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아아... 천천히 먹어라."
"너무 맛있, 컥!"
뜨거운 스튜를 급하게 마시다 혀가 데었다. 얼굴을 찡그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보며 병장님이 찬 물을 따라주신다.
"참나, 꼴이 가관이군."
물을 마시자마자 곧장 샐러드를 입에 쑤셔넣는 내 모습을 보면서 병장님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하지만 쪽팔림은 잠시 접어두고 나는 배를 채우는데 집중했다.
"지짜 마시써여. 지짜.
"알았어, 알았으니 진정하고 먹어라. 그러다 혀 씹는다."
병장님은 가만히 턱을 괸 채 내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