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체기동훈련을 받으면 입체기동장치로 균형을 잡는 법을 먼저 배우고 그 뒤 곧바로 올바르게 착지하는 법을 배운다. 그만큼 바른 착지법이 중요하다. 입체기동장치의 특성 상 착지 시에도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가 이어지기에 이 과정에서 컨트롤을 잘못하면 부상을 입기 십상이었다.
이처럼 나는 착지의 중요성을 정말 잘 알고 있었음에도 한 순간 방심을 하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사고를 부르게 되었다. 오늘 훈련에서 착지할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오른발을 빠르게 내딛어 발목을 접지르고 만 것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발목을 접질렀으니 최소 2주 간은 환자 신세로 지내야 할 터였다.
"선배, 괜찮아요?"
"으응.. 조금 아프긴 한데 참을만해."
"부축해드릴까요?"
"됐어- 훈련이나 열심히 해."
심한 부상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혼자 절뚝거리며 의무실로 향했다. 사실, 몇 발자국 내딛었을때 조금 후회했다. 그냥 얌전히 도움이나 받을걸- 하고 말이다.
그렇게 뒤뚱뒤뚱 위태로운 자세로 힘겹게 몸을 움직이며 의무실을 가던 도중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익숙한 형태인데 누구지? 시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 눈을 찡그리며 천천히 실루엣을 지켜봤다. 점점 내 쪽으로 가까워져 오는 그것이 병장님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병장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였다.
"(-), 아직 훈련 중일텐데 왜 나와있냐?"
벼..병장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그만 부상당한 오른발로 뒷걸음질을 쳤고, 오른쪽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간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악!"
엄청난 욱신거림에 반사적으로 주저앉은 나는 그대로 오른발을 붙잡고 끙끙거렸다. 눈물도 찔끔 나왔다. 병장님도 당황하면서 내게 손을 내미셨지만 엄청난 고통을 겪는 중인 내겐 그 손을 잡고 일어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한참을 끙끙대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상황 파악을 마친 병장님께서 나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셨다. 그리고 나는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화가 잔뜩 난 병장님께 혼이 나기 시작했다.
"어쩌다 다친거야."
"그.. 착지를 잘못해서요."
"뭐? 착지? 지금이 훈련이라 다행이지, 벽 밖이었으면 넌 이미 거인의 먹이가 됐을거다. 입체기동장치도 제대로 못 다루면서 다음 벽외조사는 어떡할거지?"
"죄, 죄송해요."
"하아.. 그리고 다친 녀석이 왜 혼자 있는거야."
"네, 네? 아니 그냥 별로 심각한 부상도 아닌데 민폐 끼치기 싫어서..."
"민폐 끼치기 싫어서? 호오... 부상자가 속 편한 소리를 하는군. 부상을 당했으면 그냥 도와달라고 하고 잠자코 도움이나 받아. 그걸 민폐라고 생각하는 네가 이상한거니까."
"네에..."
어느새 의무실에 도착했다. 병장님께 걱정을 끼치고 말았다는 미안함과 이렇게 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에 붕대를 감을 때까지 계속 병장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강아지처럼 낑낑대고 있는게 반성은 충분히 했나보지?"
"네에.." 끼잉-
"..(-), 아직도 많이 아프냐?"
"붕대 감으니까 좀 나아진 것 같아요."
"다행이네. 그럼 의무실에 좀 누워 있어라."
그대로 나가려는 병장님의 옷자락을 살짝 붙잡았다.
"많이 걱정했어요?"
"확실히.. 그랬었을지도 모르지."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훈련이든 뭐든... 절대 안 다칠게요."
"..그래, 그 전에 그 다친 다리부터 빨리 회복시켜라."
병장님은 가볍게 내 머리를 쓸어 내리고는 의무실을 나가셨다.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 쉬이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