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물을 엎지르다 워드와 이어집니다》

병장님께 가지고 온 수건을 건네드렸다. 하지만 병장님은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이셨다. 되려 다시 내게 수건을 건네셨다.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띤 내 모습을 보고 병장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


"네?"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낮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시는거지... 하긴 나 같아도 화가 많이 났겠지.


"네가 말려줘."


"네? 머리를요?"


"그래. 엎지른 것도 너고, 젖게 만든 것도 너고, 그러니까 머리도 네가 말려줘야지."


"아 네에..."


얼떨결에 다시 수건을 받아든 나는 엉거주춤 병장님 뒤로 가서 섰다.


"서서 말릴거냐?"


"아뇨, 앉아서..."


그 말에 병장님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셨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수건으로 병장님 머리카락을 꾹꾹 눌렀다. 수건에 물기가 배어나와 금세 축축해졌다.

동글동글한 병장님 정수리가 보이고 나는 그게 귀여워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상한 녀석'하고 병장님이 중얼거리시는 소리가 들렸지만-. 수건으로 정수리 부분을 꾸욱 눌렀다.

그리고 수건을 세로로 접어 병장님 머리카락 군데군데 남은 물기를 털어냈다. 튀어다니는 물방울 때문인지 병장님이 살짝 눈가를 찌푸리셨다. 나는 머리를 털면서 슬쩍슬쩍 부드러운 병장님 머리칼을 매만졌다.

머리를 말리는 시간동안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편안했고 왠지 즐겁기까지 했다. 병장님 머리를 이렇게 오래 관찰한 것도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잠버릇때문인지 병장님 뒷머리 가르마가 오른쪽 방향으로 타져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안 사실이었다. 아마 병장님 본인도 모르실 것 같다.

마지막 남은 물기까지 털어내니 뽀송뽀송까진 아니었지만 평상시의 병장님 헤어스타일이 나타났다. 사실 물에 젖어 덮은 머리도 좋지만 역시 이 머리가 병장님 시그니처다웠다.


"고맙다."


"아뇨, 그리고...진짜 죄송해요. 어떻게 물을 하필이면 또 병장님께 정통으로 쏟을 수 있는지... 바닥도 젖었고."


"아니, 머리도 말렸으니 됐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병장님이 물에 젖은 것에 대해 화가 나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즐기시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