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오늘은 늦잠을 자고 말았다.

어젯밤 병장님 밑에서 시달린 게 아마 원인일 것이다. 기진맥진해서 그야말로 잠에 푹 빠지고 말았으니.

"어이, 일어 나."

"으으으..."

"네 녀석은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냐? 벌써 열한 시다."

"열한 시요? 악!"

잠이 확 달아났다. 등 뒤에서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일 11시 30분까지 리바이한테서 결재서류를 받아와줬으면 좋겠군. 어젯 저녁 단장님 부탁에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네'라고 답한 나였다. 누구보다도 일에 엄격하신 단장님 밑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옷 입고(단복은 입는데만 15분 가까이 걸리곤 했다.) 씻고 이걸 30분만에 할 수 있을까..?

"엘빈한테 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넋 놓고 있어도 되는거냐?"

"벼, 병장님! 저 옷 좀 주세요!"

병장님은 쯧, 하고 혀를 한 번 차시더니 빳빳하게 개어진 조사병단 단복을 내미셨다.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개어 놓으신 모양인지 엉망진창으로 벗어 놓았던 어제와 달리 예쁘게 모양이 잡혀 있다.

일단 먼저 와이셔츠를 입는다. 빠르게 입으려니 단추가 잘 안 채워진다. 낑낑대며 단추를 채우고, 다음에는 바지를 입는다. 마음이 급하니 계속 헛발질이다. 어떻게 어떻게 양다리를 넣고 보니 난관에 봉착했다. 벨트를 채워야 하는데 허겁지겁 하다보니 여기저기가 꼬이고 난리가 났다.

"그렇게 입어서야 한나절이 걸리겠다."

"어떡해요.. 벨트가 다 꼬였어요..."

"팔 들어, 내가 입혀주는게 더 빠를 것 같으니."

쭈뼛쭈뼛 팔을 들자 병장님이 벨트를 풀고 스르륵 내 와이셔츠를 벗기셨다. 대낮에 속옷 차림으로 병장님 앞에 서 있으려니 민망하기 그지 없었으나 내 처지가 처지인지라 가만히 병장님이 하시는 모양새를 지켜볼 뿐이었다.

"첫 단추부터가 잘못 채워졌잖아."

병장님이 아랫 단추부터 천천히 타고 올라오셨다. 대낮에 상황이 이런데도 어쩐지 분위기가 야릇(?)해진다. 병장님 속눈썹을 슬쩍슬쩍 바라보는 눈길을 눈치채셨는지 병장님이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바라보신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덮치고 싶지만 너를 기다릴 엘빈이 불쌍하니 놔주도록 하지."

"차, 참아주세요.."

괜스레 머쓱해진 나는 병장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바닥을 쳐다봤다. 그 사이에 단추를 다 채우신 병장님은 꼼꼼한 손길로 허벅지의 벨트를 조절하고 계신다.

"이, 이제부터는 제가 할게요."

내가 가슴 쪽의 벨트를 채우는 동안 병장님은 침대맡에 걸터앉아 까딱까딱 발끝을 흔들면서 잠자코 나를 기다리셨다. 어찌어찌 벨트를 다 채우자 병장님이 슥 하고 서류를 내미신다.

"다음부터는 늦잠자서 내 손길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해."

이게 누구 때문인데요...
라는 말은 꾹 속으로 삼킨 채 나는 병장님한테서 결재서류를 받아들고 방을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