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연이란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길어져 무인과 양민 양쪽의 피해가 막심했다.
둘을 비교하면 양민쪽의 피해가 압도적으로 컸다.

기근과 범죄, 가난, 전염병......
















청명과 그 정인이 함께하는 나날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된 피난생활의 여파가 뒤늦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중년의 나이로 여인은 병상에 눕게 된다.



원래라면 천수를 누렸겠지만,
전쟁으로 젊은 날에 극심한 고생을 한 탓이었다.













왜.....












병상에 누운 그녀는 바깥출입이 금지되어

늘 청명에게 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청명은 그런 그녀에게
이따금씩 전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직 장문사형이 있을 적.

청진이 놈과 옥신각신하던 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내가 처음 네 이름을 알았던 날.

네가 아팠던 날 화음으로 장보러 내려갔던 날 부부로 오인받은 날


혼인서를 받은날, 네가 넘어졌을 적의 이야기....









접문 하던 때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실수였다고 웃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날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노라고....












마치 타인의 이야기인 것 처럼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여인은 청명의 이야기를 듣는 걸 아주 좋아했다.







청명은 자신이 기억하던 이야기들을
더욱 오랜시간을 들여 여인에게 들려주었다.















....내가.

















내가 바로 그때의 청명이야.






내가 매화검존이다.



























그러면 알고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번 생에 그에게 지워진 사명이 아니었더라면














이번에는 정말로 너와 함께 평생을
늙어갈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청명은 소저의 죽음 이후로도 평생을 화산에서 기거했다.


한 평생을 바랐던 풍요로운 화산의 모습 아래
저마다의 자리를 찾은 그의 사형제들과,

과거와 같이 화산의 미래가 되어줄 사제들을 키우고 서로 싸우고 때론 아껴주며...

평생 아무와도 인연을 맺지 않고 홀로 살아남은 매화로.















천수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