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쯧. 제대로 걷지도 못할거면서 고집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그는 내가 편하게 업힐수있게 자세를 낮춰주었다. 그의 등에 업힌 나는 화산을 한바퀴 돌아달라고 부탁했다.]
날이 춥다.
[의약당을 빠져나온 청명이 으레 걷던 걸음걸이로 화산을 둘러본다.]
[여긴 연무장, 여긴 청매관, 여긴 식당, 또 여긴 백매관.
하나하나 함께했던 기억이 새순처럼 돋아난다.]
[날이 추워 하늘에 눈이 내린다.
점점히 떨어진 눈송이는 어느새 눈발이 되어 화산 전각을 하얗게 물들인다. ]
들어갈까?
[아니.]
감기걸릴텐데.
[괜찮아.]
[청명의 등은 따뜻하니까. 그러니까 괜찮았다.
의약당을 나와 재잘재잘 잔소리하던 청명은 어느덧 아무 말이 없어졌다.
그의 등에 얼굴을 대 본다.
넓디 넓은 등. 그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 나를 꽉 잡아오는 손길.
뭣하나 빠지지 않고 내가 알던 청명이다.]

[하얗게 눈이 쌓인다.
어쩐일인지 다른 사형제들은 보이질 않고,
새하얀 연무장에 청명의 발자국만이 남아있다.]
[청명은 한참을 걷고 돌아, 그녀에게 화산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