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았으면 했던 날들이 몇 번 있었다.]
[그런 날은 주로 너와 함께 했던 날이 너무나 좋았거나.]
[뜬금없이 달을 보고 네가 생각나던 날이거나.]
[온갖 시체를 보고 화산으로 돌아온 귀향길에서 그저 네가 다쳤다는 소식하나로]
[가슴이 내려앉던 날이었다.]

[지켜야 할게 있는 이는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이보다 필연적으로 약하다.]
[청명은 한 때 그 소리가 우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무인에게 그게 얼마나 큰 약점인지 알면서도.]

너는...
[이번에도 자신의 약점이될까.]
[청명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사랑놀음을 할 때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냉정하게 생각해 이미 죽어버린 이들은 한 번씩 술을 마실때나 회고하면 그만이지.]
[감성팔이라는 말이 얼마나 청명과 안 어울리는 말인가?]
[그러나 제 눈 앞에 떡하니 살아 숨쉬는 사람을 무시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게 연모하는 이라면 더더욱.]

나도 사낸데 너랑 해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
[여건이 됐다면 평생을 함께 하고 싶었다.]

차라리 다른 세상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