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옛날에 제가 이립도 되기 전 일입니다.







[청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때 사천으로 놀러오던 간 큰 여인 하나가 있었소.
화음에 산다고 했으니 형님도 한번쯤 마주쳤을지 모르는 일이지.

화음에서 사천까지? 보통 계집이 아니라 생각해 몇번 어울려주었지.
그때의 나는 지루했고 적당히 회포를 풀 대상이 필요했소.

그렇게 어울리기를 하루, 한달, 엿달, 어느새 한 해...

어느새 나는 그 여인이 사천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종심(70세)를 넘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연심이었소. 정이었고.
단순히 찰나로 사그라질 바람은 분명아니었지.

어리석게도 그때의 나는 이 사실을 몰랐소.
그저 좀 친한 친우를 대하는 마음이겠거니.
가장 친한 친우가 되어줬으면 하는 마음이겠거니... 했던거지.


소싯적에 여인과 정을 통할일이 없었겠나.
그때의 느낌과 분명 달랐지 이제서야 깨닫네.
다른 모든 이들보다 그때 만난 그 여인하나가 진정으로 정을 준 이였다는걸.













...전쟁터 한복판에서
그 궁금하지도 않는 개같은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는.











그냥. 그렇다고요.






[당보의 시선이 숱한 시선이 바닥에 널린 시신에게로 가 닿았다. 죽음이란 그런것이다. 죽음과 가까이 맞닿았을땐 어떤 생각이 들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겠지만 게중에 깨닫고 후회했던걸 실천 할 기회는 얼마나 있을까.

이제야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이지만.]














그런 사람을 만났었다고.









[5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죽음의 지척에서도 가장 간절하게 후회되는 이가 있었다고.]

[당보는 훗날 자신의 죽음을 지켜볼 이에게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