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이 낡은 천을 거두고 안으로 들어선다. 입구에 드리워진 천에서는 퀘퀘한 냄새가 났다. 어디 그뿐인가... 안쪽도 마찬가지였다. 다 낡아 쓰러지기 직전인 오두막 안엔 제대로 된 불빛조차 들지 않는다.
청명이 긴장된 몸짓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계시오?
[말을 하고 대답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안 쪽에 희미하게 기척이 있으나 선뜻 확인하기가 두려웠다. 청명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걸음한다. 한발짝을 내 딛을때마다 나무로 된 바닥이 삐걱거린다.
좀 더 안쪽, 입구에 걸린 천보다 조금 더 큰 천 앞에 청명이 멈춰섰다.
이 앞에 있다.]
.....
[청명은 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알아봤는지, 안쪽에서 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왔나?"

....!
[다 늙어 힘이 빠진 목소리를 들은 청명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잠시간 머뭇거린 그가 떨리는 손으로 천을 살짝 젖혀보인다.
그 뒤엔 가여우리만큼 야위어버린 한 할머니 한 분이 자리에 앉아있다. 그 앞에는 겨우 한사람만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식탁과, 위엔 차가 놓여있었다. 차는 방금 따랐는지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다.
잔이 두개였다.]
......
[청명이 얼굴을 찡그린다. 긴가민가 얼굴을 가늠하는 눈치다. 그렇게 노파를 살피기를 잠시, 이내 그녀의 정체를 확신한 듯 청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어, 어찌....
[이리 늙었는가. 더 나오지 못한 말이 공중으로 산화한다.
청명의 시선이 노파에게서 자주 떨어졌다. 그녀를 보려고 해도 자꾸만 시선이 다른곳으로 흩어졌다. 차마 볼 수가 없다.
청명, 그 혼자 시간이 멈 춘듯 그때의 그 모습으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그녀 홀로 세월을 다 맞아버린 듯 너무나 낡고.. 작고... 나이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저 쭈그런 얼굴은 여전히 청명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개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리와."
[그 말에 가만히 서 있던 청명이 그녀에게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녀의 앞에 다다라서 한쪽 무릎을 꿇곤 노파와 시야를 맞춘 청명. 그의 눈동자에 뭐라 이야기 할 수 없는 감정이 담긴다.]
"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이 나이또래 아이들은 보통 나보다 까마득한 아래라...."
[노파가 어물어물 이야기한다. 그의 외견인 이립정도의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녀에겐 당연히 손주 뻘일 것이다. 그러나 눈 앞의 이 사람은 저와 동년배였다. 함께 세기를 살아온 자였다.]

청명.
청명이라 부르면 돼.
[그가 노파를 똑바로 바라본다.
한 점 흔들림 없는 눈빛은 처음 만났을 그때와 변함이 없다. 노파가 희멀거니 웃음 지었다.]
"...청명."
[그제야 청명은 여인의 두 손을 붙잡아들었다. 쭈글쭈글. 주름이 져 만지기에 굴곡이 느껴진다. 청명은 그 손을 보물이라도 되는 양 소중히 들어올렸다. 말랐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 낡아 부서질 것 같은 작은 오두막집 안에, 다 늙어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노파가 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중 한가운데 날씨가 좋은 어느 봄 날의 오후... 햇볕만이 썩은 나무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빛나는 그런날이었다.
평화롭고 따뜻하며, 누군가에겐 정겨울 법한 그런 오후.]
[청명이 60여년 만에 그의 첫사랑과 재회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