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이 약관이 조금 지났을 즈음, 그때 즈음은 또래 사형제들 중에 누군가를 이성으로서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어나던 시기였다.
정(情)에 대해 이제 막 눈을 뜰 시기이기에, 종종 그런 주제로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화산은 혼인을 딱히 금지하는 문파도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사형은 연모하는 이가 있으십니까?"

연모하는 이?
[청자배 하나가 불쑥 청명에게 물었다.]
[어이없는 질문에, 청명은 가만히 생각했다.]
"화음을 오가시면서 왜, 좀 눈길이 간다 싶었던 여인이 한명이라도 있지 않았습니까?"
"무슨 얘기해?"
"청명의 정인?"
"정인이 있다고?"
[어느새 와글와글 모여든 청자배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보탰다.]
[약관의 청명 또한 한창때의 젊은이,
수련이외의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나
누군가를 평범하게 연모하고, 깊이 애정하여 미래를 약속하기에는 그의 심성이 조금 비뚤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정인가?
[청명은 며칠 전 화음에서 울고있던 여자아이를 봤던 일을 떠올렸다.]
[여인에게 눈길이 갔던 일이라고 하니 떠오른 것이다.]
[청자배들은 청명의 이야기를 듣고는 좀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
"울고있었으면 정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지 않나...?"
"그건 그냥 측은지심이죠."
"그치."
"울고있으면 누구라도 눈길이 가지."
"게다가 그 애는 실연당한거 같았다면서요?"

"보통 눈길이 가는 건 그 여인이 유난히 어여쁘거나.. 그럴때죠."
"맞아."
[어여쁘다..]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 울고있었으니까.]
[그런가. 청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이 아니라 측은지심이 맞는 것 같다.]
[청명 스스로는 당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후로 몇번의 계절이 지나고, 청명은 그 여자아이와 다시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