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떠올리는 일이 아주 조금 힘들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외우는 행위가 낯설다. 내 세계에서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은 물질과, 동물, 식물, 그리고 나였다. 매 달 집을 들려 내 상태를 보고 가는 호카게님의 이름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리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러한 세계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저의 존재를 남겼다.
우즈마키 나루토. 그렇게 말했다.
다음 날 나루토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저녁시간을 공원 벤치에서 때우고 있었으므로, 나루토는 약속을 지키러 다시 내가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이름이 뭐냐니깐요."
같은 질문을 두 번 들었다. 그래서 대답해주었다.
"...○○."
"아, 드디어 들었다니깐!"
나루토는 어제처럼 얇고 옅은 노란색의 잠바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추위를 타지 않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활달해 보이는것과 똑같이 아이는 차림새부터 자유분방하다. 서툴게 목도리를 제 목에 칭칭 감아매고 바짓단이 구겨진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다리를 놀린다.
나루토가 두 번째로 공원에 온 그날, 아이는 내게 온갖 질문을 쏟아냈다.
"있잖아, 있잖아. 왜 여기 혼자있는거야?"
"... ..."
물론 말은 하지않았다.
"여기 지나갈 때마다 너를 봤어! 밖이 좋은거야?"
아랫 입술을 짓이겼다. 건조한 살결이 파르르 떨렸다.
"...너도, 내가 싫은거냐니깐?"
뭐?
다시 한번 내쪽에서 먼저 나루토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번이 두 번째다. 내가 누군가를 부정하는 말 자체가 거북했다.
"나는 너 안 싫어해!"
"그러면 아까부터 왜 대답 없는건데?"
"그건..."
너가 날 싫어할까봐, 라고. 소심하게 덧붙이니 나루토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대놓고 제 배를 잡고선 손사래를 쳤다.
"싫어하는 친구한테 말을 걸 리가 없잖아!"
말갛게 웃는 아이는 내게 말을 건네면서 조금의 부담도 주지 않았다. 처음 겪는 대화의 방식이었고, 너무 좋아서, 그래서,
그만 작게 웃어버렸다.
"오늘은 네 이름을 들었어! 좋아!"
나루토는 다시금 벤치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뜨려는 준비를 하려는 모양이다.
"내일은 좀 더 많이 얘기하는거다? ○○?"
그 말은 또 다른 기약이었다.
아이의 사라짐이 그토록 아쉬운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한 말은 겨우 열 마디도 안 되었지만, 그래도 생애 처음인 기분이 들었다.
친구를 사귄 것 같다고, 바르작대며 몸을 벤치에 기댔다. 기쁜 웃음이 얼굴 가득히 그려졌다. 미소가 멈추질 않았다.
NAME:Naruto
라멘이 20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