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야?"
맑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남자아이가 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우즈마키 나루토!"
목에 메인 녹색 목도리가 아이의 움직임에 가볍게 일렁였다. 바람을 타고 넘실대는걸 눈으로 좇다가, 이내 시선을 마주한다. 눈 앞에 조막만한 손이 들이밀었다. 잡아, 말아, 짧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손을 잡았다.
때는 시월이었다. 가을의 모습이 물러가고 코 끝을 발갛게 물들게 하는 추위가 등 뒤를 타고 흐른다. 겨울에 접어들지 않은 날이지만 저녁의 바람은 가을이라기보단 겨울을 연상케하는 쌀쌀함을 머금고 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마치 그것이 인생 전체의 일과라도 되는 냥 공원의 나무벤치에 앉아 있었다. 저녁 공기는 얇게 다듬어진 외투가 막아내기엔 시렸지만 그 곳에서 저녁 시간을 때우는 행위는 항상 반복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단조로운 일과 사이에 고개를 들이민 아이를 쳐다보았다. 입을 멍하게 벌리고 엄지손가락을 꼬물거린다. 머뭇거림 끝에 잡은 손은 남자아이의 활짝 갠 미소를 가져다 주었다.
아이는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다가 이내 내 옆자리에 걸터앉았다. 이마에 씌인 고글이 달빛을 받아서 작게 반짝, 빛을 냈다. 그 장면은 순식간이었지만 꽤 이뻤다. 쌀쌀한지 제 옷의 매무새를 정리하던 남자아이는 돌연 성큼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 속엔 푸른 하늘이 담겨있었다.
내게 있어서 일곱 번째로 맞는 시월이었다. 많이 어렸고, 나는 깊은 생각이 부족했다. 타인의 접촉은 오랜만이었고, 그것은 흥미로운 행위이면서도 경계심을 가지게 하기 충분하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계속 나를 쳐다보았다. 빤히, 빠안─히, 그렇게 보다가,
"이름이 뭐냐니깐?"
하고, 다시 말했다. 더 이상 눈을 마주하는게 힘들어 아이의 옆에 있는 풀숲을 응시했더니, 아이는 팔을 머리 뒤로 겹쳐 벤치에 기댄다.
"내가 너 도와줬었는데."
툴툴거리는 어조. 그리고 내가 지나칠 수 없는 말이다. 한 마디를 꺼내려다가 기침이 새어나왔다.
"언제?"
"너가 모를 때."
그게 뭐야, 되물으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의 튀어나온 입술을 보고있으면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이 생각난다. 마음에 안 드는냥 발치로 애꿏은 흙바닥만 차던 아이는 다시금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아이가 고개를 돌릴때마다 밝은 금발이 팔랑팔랑 움직였다.
"너 친구 없어?"
입가 끝에 걸친 미소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무례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보다는 처음보는 아이에게 사실을 들켰다는 사실이 강했기에, 굳이 따지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아까 아이가 했던 행동처럼 발치로 흙바닥을 툭툭 걷어차고 있었다.
"나도 없걸랑."
그러곤 베시시 웃는다. 힐끔 달빛을 쳐다봤다. 아이와 나 사이에 불었던 바람은 어느새 나긋나긋하게 익어서, 피부를 촘촘 간지럽힌다.
"우리 친구할까?"
대답은 하지않았다. 사실 입술이 위아래로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게 맞다. 아이는 기다리다가, 또 기다리다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제 엉덩이를 탁탁 털고 공원 밖으로 가는 길목 방향으로 뛰어갔다.
짧은 만남이고, 대화라고 이르기도 민망한 대화였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만남은 순식간에 깨지는 것이어서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다.
역시 나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어 버리는구나, 하고 생각덩어리가 뭉쳐 끓어오른다. 고개를 숙여 손톱 끝에 시선을 던졌을 때 다시금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였다.
"내일 또 올게! 다시 만나!"
뛰어가던 아이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내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아이의 두꺼운 노란색 코트가 펄럭펄럭 움직였다. 그리곤 재빨리 가을의 바람을 타고 길 모퉁이에서 모습을 감춘다.
사라지고 나서야 손을 흔들었다. 허공에서 느리게 움직이던 손은 또 다시 무릎 위로 가라앉는다. 누구에게 기약을 받은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주 조금은 고민했다. 그래서 아이가 사라지고 난 뒤에서야, 나는 아이를 떠올렸다.
아직도 지나친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올라 있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햇살을 받은 기분이 문득 들었다.
나와 나루토와의 첫 만남이었다.
NAME:Naruto
라멘이 20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