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터졌다.
펑, 하는 소리가 들리고, 뭉게구름이 잔뜩 피어 올랐으니 터진 게 맞다. 어이없는 돌발상황에서 유일하게 다행이란 점은 내 손엔 꽃이 여전히 들려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다른 마을의 닌자의 습격이거나, 설치된 함정에 걸려든것이 분명했다. 웃긴점은 이런 뜬금없는 함정에 내가 걸려들 수 있었냐는거다. 전보를 전하는 닌자는 주위를 무엇보다 신중하게 살피고, 날렵하게 이동한다. 기본중의 기본이지.
나는 우수한 닌자는 아니었지만 기본은 지켰다. 그래서 이틀 걸릴 거리를 단 반나절만에 다니고,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선물을 고르는 고민을 하며 마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냔 말입니까. 혹여나 포인세티아를 미끼로 삼은건가? 그러면, 어째서, 내가 꽃을 꺾을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걸까.
물음은 입 밖으로 내밀지 않았다. 묻지 않았으니 들려오는 답도 없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렸다. 내가 연기속을 헤치고 뒷걸음질 쳤을때, 등 뒤에 사람의 몸을 부딪힌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을 순간이었다. 허리춤에 매어진 쿠나이를 꺼내들 틈도 없이 '그것' 이라고 불릴만한 것은 내 목을 죄었고, 잔뜩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는 그렇게 귓속으로 기어들었다.
??? 「잠시 동안만, 이곳에서 물러나 주셔야 겠습니다. ○○.」
"...누구야?"
??? 「쉬이, 놀라지 마세요. 그저 도움을 드리려는 것 뿐입니다.」
목소리는 낮고 진중하다. 등 뒤에 느껴지는 체격은 크고 단단하다. 체술로 덤빈다면 밀리겠지만, 스피드라면 자신있다. 남자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는 몰랐으나, 나는 그자가 원하는대로 순순히 당해줄 마음이 없었다. 가장 먼저 낯선 타인이라는 점이다. 그가 내게 도움을 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내일은,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이다. 여기서 놀아나서는 안된다.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했다. 가격하려고 했다. 팔을 휘두르자 팔꿈치는 허공을 갈랐다. 아직도 남아있는 연기를 헤쳤지만 나뭇잎도 보이지 않을 만큼 피어오른 연기는 그 어떤 모습과 냄새도 가려주었다.
습격한 자를 찾기 위해 감각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직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수리검을 던졌다.
던진 수리검은 정확하게 내게 날아오던 에너지 구체에 맞았다. 나선환보다는 조금 큰 그것은 연분홍빛을 내며 내게로 향하던 참이었다.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수리검의 여파로 에너지 구체는 갈라지더니,
...다시 한번, 터졌다.
눈 앞에서 직접 거대한 폭발을 목격하는 기분은, 설명하자면,
그야말로 생생한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