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을 스킵한다





어제는 폭포 마을을, 닷새 전에는 구름 마을을 다녀왔다. 오늘은 모래 마을이다.

닌자가 마을 간의 소통을 위해 여럿 마을을 다니는건 흔하다고들 하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했다. 전해야 할 전보는 대 여섯개고, 그건 다녀야 할 마을이 여섯 군데라는 뜻이 된다. 한 마을을 다녀오는 데엔 이틀 정도가 걸리고, 안타깝게도 정확히 오늘로부터 여섯 시간 뒤면 마을 사람들의 기일, 즉 나루토의 생일이 된다. 다행인 점은 모래 마을이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선명한 이유가 있기에, 나는 쉬어가라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하필 전보를 전할 다른 사람들이 사정이 안 되서 내가 다 짊어질게 뭐람. 운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

하지만 서두른다면, 아마 밤 열 두시가 되기 전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겨우 도착한 모래 마을의 카제카게에 전보를 내밀 때 그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가아라 「내일이 나루토의 생일이라지.」

"네. 그래서 서둘러 돌아가려고 한 이유에요."

가아라 「나루토의 생일을 내가 빼 먹을 수 없지. 오후에 내가 직접 마을로 들리겠다고 전해주게.」

그의 말을 듣고 짧은 목례를 올린 뒤 서둘러 모래 마을을 나섰다. 지금은 저녁 여섯 시 쯤이다. 서두르기 위해 차크라를 발에 끌어올리고, 속도를 내어 나무 위에 올라탔다.

친구의 생일을 언제부터 이렇게 신경쓰게 되었는가에 대해선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그저 나루토는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유대고, 친구고, 가족이나 다름없기에, 부러 나루토의 일 년에 있어서 -아마도-가장 소중한 날을 챙겨주기 위한 마음 뿐이다. 가장 처음 나루토의 생일을 챙겨준건 이루카 선생님과 내가 함께 생일상을 차린 것이었지. 제작년은 배터지게 일락에서 라면을 먹였고, 작년엔 나루토와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녔다. 올해엔 마땅이 줄 선물은 없는데.
뭐, 나루토라면 어떤 것이든 기쁘게 받아 줄 것일 테지만. 그래도 그가 가장 기뻐하는 것을 선물해 주고 싶은것이 작은 소망이다.

나무 사이를 건너다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작은 들꽃이였다. 꽃이라, 꽃은 선물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물질, 아니 생물이기도 한다. 표면적인 것부터 속 안의 의미까지 담긴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거부할 사람은 적어도 내 기억속엔 없었다.

꽃을 꺾어갈까, 싶어 나무를 건너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해가 지기에 이른 여름의 저녁은 나뭇잎 사이로 가늘게 노을빛이 비춰내렸다. 어디보자, 분명이 축하의 꽃말을 담은 아이는,

아, 포인세티아다.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으려나.

물론 나는 운이 절대로 좋은편이 아니었고 굳이 말하자면 평운에서 조금 아래에 속했다. 그저 지나갈 뿐이었던 숲 속에서 문득 찾으려는 꽃을 발견한 것은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을 천운이다.

뭐, 무슨 상관이람. 오늘 행운이 왔다면 내일 운이 없겠지. 인생이란 공평하니, 그러면 무게가 맞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일은 나루토의 생일이고, 이왕 내가 운이 없을거라면 나루토에게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다.
별 시잘데없는 생각을 하며 난 시야 속에 들어온 붉은색 겨울초를 향해 별 생각없이 손을 들이밀었다. 이것을 고이 가져가서, 뿌리를 씻고, 나루토에게 선물하자. 식물을 좋아하는 나루토라면 분명히 기쁘게 받아 줄 것이다. 화분을 하나 사는것이 좋겠지. 나루토에게 이름을 붙여 달라고 하자. 내 이름이라면 즐거울거야. 그리고 내 이름을 가진 식물을 곱게 키워준다면 더욱이 기쁘겠지.

어라, 근데,

겨울초가 왜 여름 숲에 펴있는거지?



NAME:Naruto

라멘이 20그릇

방금 한 말, 좋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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