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땡볕 아래서 몇 시간 동안 훈련을 하다 돌아와서 거울을 보니 얼굴이 빨갛게 익어 있었다.

"아, 주근깨 생기는 건 아니겠지..."

전체적으로 빨개진 얼굴에다 심지어 볼 쪽은 조금씩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익은 부분이 따끔따끔 쓰라려서 어떻게든 얼굴을 진정시키기 위해 오이팩이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식사 당번에게 만들다 남은 오이를 받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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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사정해서 오이를 받아오고 계단을 오르는데, 내 방 앞에서 서성거리고 계시는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병장님, 어쩐 일이세요?"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와야 되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바쁘시잖아요."

"마침 회의도 끝나고 해서 와봤다. 그나저나 저건 뭐지?"

병장님의 시선이 내 오른손에 들린 바구니에 머물렀다.

"이거요? 아 오이인데, 얼굴이 타서 팩 좀 하려고요."

"팩?" 병장님께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 표정은 뭐에요."

"먹는 걸로 장난치는 거 아니다."

"병장님 오이로 팩 해보셨어요? 해보시지도 않고 '장난'이라뇨...아! 병장님도 팩 해보실래요?"

나는 병장님의 손목을 잡고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여전히 병장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끌려오셨지만 딱히 거절하지는 않으셨기에 나는 대담하게 결정했다. 병장님께 오이팩의 신세계를 맛보여 드리리라!

"병장님도 꽤 타셨네요, 병사니까 어쩔 수 없나."

"땡볕 아래에 몇 시간씩 움직이고 있으면 당연한 결과겠지. 그나저나 너... 제대로 썰고 있는거냐."

오이와 함께 빌려온 도마와 식칼. 도마 위에 오이를 올려 놓고 식칼로 오이를 반듯하게 썬다. 탁탁탁, 오이를 썰면서 계속 병장님께 말을 붙이고 있는 내가 영 못 미더우신지 병장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짠, 다 썰었네요. 그럼 병장님 먼저 해드릴테니 천장 보고 누워보세요."

의심 가득한 눈초리지만 내 말은 잘 들으신다. 나는 침대에 누운 병장님 곁으로 바짝 다가가 썰어 놓은 오이를 얼굴에 붙이기 시작했다.

"됐다! 저도 하고 올게요?"

거울로 종종 달려가 남은 오이를 내 얼굴에 붙이고, 침대로 다시 돌아와 병장님 팔에 머리를 기대 누웠다.

"...뭐, 시원한 것 같긴 하네."

"그쵸? 이런 맛에 하는 거라니까요. 얼굴이 타고 나면 쓰라리잖아요."

병장님의 고개가 스윽 내 쪽으로 향했다.

"얼마만큼 하면 되는거지?"

"그, 글쎄요? 그나저나 얼굴이 너무 가까운데요!"

"간만에 오이가 먹고 싶어졌다."

"....무슨 의미.. 가, 가까이 오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