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님이 요새 많이 바쁘신 것 같다. 하긴 엘런의 거인화 이후로 중앙에서의 호출이 잦아져 걸핏하면 출장이었고. 얼마 후에는 조사병단 벽외조사도 있는데다 처리해야 하는 일도 많아서 서류가 잔뜩이니.
안 바쁘다고 하시면 거짓말일 거다. 어쩔 수 없는 일이어도 병장님을 보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니 괜히 외롭고 속상해진다. 연애 초기때만 해도 이런 것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연애를 오래 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고 외로움도 커지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권태기라 하기에는 여전히 병장님 얼굴만 보면 헤벌레해지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병장님을 만나면 해결될 증상같지...
만 요새 서로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있었던가.
엊그제도 몰래 병장님 집무실에 들어갔다가 침대에도 못 눕고 엎드려서 잠을 청하시는 병장님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언제쯤 밀린 업무가 끝날지도 모르겠고 아마 몇 주를 넘어서 몇 달 동안 계속될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만 불편해졌다. 아아, 오늘은 진짜 안될 것 같다. 참아보려 해도 병장님이 너무 보고 싶었다.
충동을 못 이기고 집무실 앞까지 와버렸지만 병장님께 방해가 될까 쉽사리 문을 못 열고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다 살짝 문만 열고 병장님만 보고 나가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큰 용기를 내어 살짝 문을 열었다.
병장님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펜 소리만이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펜을 쥐고 열심히 집무를 보시는 뒷모습 뿐이지만 너무 반가웠다. 괜스레 찡한 마음에 눈물이 날듯해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병장님의 뒷모습을 바라만 봤다.
"언제까지 보고 있으려고."
"히익!"
"너 말이다, 너. 뭘 그렇게 놀라는 거냐?"
"알고 계셨어요?"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병장님이 이윽고 몸을 돌리셨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맞추신다. 오랜만에 보니 더 잘생겨지신 기분이다, 아니 이게 아니지.
"오랜만이에요..."
"그래."
"으음, 많이 바쁘세요?"
"위에서 단체로 휴가를 내버렸으니까 여기만 굴려지고 있는거다. 이런 서류 따위는 빨리 끝내 버리고 싶은데, 망할 자식들."
낮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짚은 병장님이 책상을 톡톡 두드리시길래 병장님을 슬쩍 쳐다봤더니,
"옆으로 와." 하고 내 손목을 끌어당기신다.
"그래도 돼요? 바쁘신데 방해하는 건 아닐지..."
"상관없어. 내가 보고 싶다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쭈뼛쭈뼛 병장님 옆으로 가니 병장님이 한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으셨다.
"내가 보고 싶으면 주저 말고 와라. 그렇게 훔쳐 보고만 있지 말고."
"병장님이 방해된다고 싫어하실까봐..."
"괜찮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병장님을 보고 있는 것뿐인데 그간 쌓인 외로움이 다 사라져버렸다. 역시 지금 나는 중증인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