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공기가 꽤나 쌀쌀하다. 날씨가 좀 풀린 듯하여 산책을 나왔는데 밤이라 그런지 낮이랑 비교도 할 수 없는 추위에 이가 맞부딪혀 달달 떨렸다.
'병장님은 안 추우신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시긴 하지만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나도 이렇게 추우니까 분명 병장님도 쌀쌀하시겠지. 오랜만에 나온거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산책은 그만해야 할 것 같다.
"이제 그만 헤어질까요."
"...뭐?"
"병장님도 힘드시죠?"
병장님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셨다. 그리고 병장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싫어. 내가 순순히 헤어져 줄거라고 생각하나?"
"...네?"
병장님의 반응에 순간 당황했다. 밖에 더 있고 싶으시면 그냥 그렇다고 말씀하시지 순순히 헤어져 줄수는 없다는 강력한 표현에 뭐라 반응할 수가 없어 눈만 꿈뻑거렸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예? 아뇨?"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시기에 없다고 하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 뜬금없이 왜...?
"그럼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긴거냐."
"...네? .....아!"
내가 했던 말들을 조용히 곱씹어봤다. '헤어질까요', '힘드시죠' 등등... 전혀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나였어도 분명 오해했을 것 같다. 그나저나 헤어지자는 말에 당황하시던 모습과 싫다고 딱 잘라 거절하시던 병장님이 생각나서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당연한 거 겠지만 병장님도 나랑 헤어지는게 싫으시구나.
"추우니까 산책 그만 하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는 뜻이었어요!"
"..아, 그러냐.."
"그런데 만약에 제가 진짜로 헤어지자는 뜻으로 말한거였다면 어쩌실 거에요?"
"그런건 왜 묻는거지?"
"그냥요- 궁금해서?"
"이별이라... 나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니 그냥 싫다. 순순히 헤어져 주진 않을 것 같군."
"저도 병장님이 저 말고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하신대도 구질구질하게 붙잡을거에요. 병장님이 죽을 때까지 질질 끌려 다닐거니까요, 각오하세요."
"호오, 나쁘지 않은걸."
"...농담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어쨌든 이만 돌아가도록 할까."
"아, 같이 가요!"
조금 쑥쓰러우신 건지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가시는 병장님을 거의 뛰어가듯이 따라 가는 내 얼굴에 히죽히죽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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