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에엑, 제가 왜 여길 청소해야 하는 거죠?"

병장님을 만나려고 훈련이 없는 시간에 옛 조사병단 본부(현 리바이반 소속원들이 머무르고 있다.)에 들렀는데 다짜고짜 청소를 하라는 병장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병장님은 엘런의 책임자로서 당분간은 엘런을 통제할 수 있는 옛 조사병단 본부에서 지내게 되셨는데, 예전에 쓰이던 곳이라 더러워서 그런지 리바이반 전 인원을 모두 동원하여 대청소를 시키시는 모양이었다.

"이런 지저분한 곳에서 하루라도 머물렀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게 될거다."

"그래도... 딱히 더러워 보이지 않는데요? 굳이 해야 할 필요가,"

"나는 내 방을 청소할거다. 너는 여기서 먼지를 쓸도록 해라."

역시 괜히 왔어! 병장님이 심각한 결벽증(본인은 아니라 주장하지만)을 갖고 계신다는 걸 잊고 있었다. 오른손에 먼지털이를 쥔 채 나는 텅 비어있는 방을 멍하니 바라봤다.

내 눈엔 아무리 봐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데.. 대체 어디를 털라는 거야.

"아, (-) 선배. 오랜만이에요."

"엘런?"

"바로 앞 복도를 쓸고 있는데 선배가 보여서 왔어요."

엘런이 훈련병일 때 내가 멘토를 하면서 꽤나 친해졌는데, 엘런은 트로스트구 공방전 이후로 병장님 못지 않게 바빠져 입단 후에는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여기서 엘런을 마주치니 정말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리바이 반에 들어갔지. 어쩐지 그래서 너도 청소 중이구나?"

"예... 깨끗한 것 같은데 벌써 세번째 퇴짜에요."

"그렇지? 병장님께선 쓸 데 없는 곳에서 너무 완벽주의자란 말야. 내가 병장님을 만난 지 몇 년 됐는데도 저 놈의 결벽증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니까."

"선배는 병장님이랑 많이 친하신가 보죠? 오늘도 이렇게 도와주러 오시고."

"단장님 보좌 전에는 병장님 보좌였으니까. 그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 걸 그랬어."

"어이, 너희들 뭘 그렇게 떠들어대고 있는 거냐."

"히익!"

병장님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스라치게 놀란 우리는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청소 안하고 떠드는 모습을 들키다니... 식은 땀이 등 뒤로 흘렀다. 슬쩍 옆을 보니 엘런은 심의소에서 병장님한테 당한 게 있는지라 눈까지 꾹 감고 덜덜 떨고 있었다.

"거기 엘런. 너는 복도를 닦으라고 했을 텐데,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처, 청소를 끝냈습니다."

"하? 먼지 한 톨이라도 나오면 어떻게 할거지?"

"다..다시하겠습니다!"

엘런은 와다다 달려 방 안을 빠져나갔다. 에, 엘런! 내 소리 없는 아우성은 날 버리고 줄행랑 친 엘런에게 절대 닿을 일이 없었다.

"언제 오셨어요? 병장님...?"

"결벽증이라고 할 때부터."

"병장님이 결벽증이라뇨!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하하... 아, 맞다! 청소! 청소해야죠!"

나는 쭈뼛쭈뼛 옆으로 비켜서서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됐다."

"네?"

"그냥 얌전히 청소 끝날 때까지 기다려."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청소 시작도 안했는데...요?"

"농땡이 피우는 꼴 볼 바에 차라리 내가 여기도 청소하는게 빨리 끝날 것 같으니까."

탁, 병장님이 내 손에서 먼지털이를 뺏어 창가의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하셨다. 나는 이도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서 병장님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거, 기뻐해야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