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실 것 같은데."
"아니, 괜찮다."
"병장님이 '괜찮다'고 하셔도 병장님의 몸은 전혀 괜찮지 않을 거에요.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번 주 내로 상부에 보고할 조사병단의 예산 목록을 정리하시던 병장님은 중간에 이상한 걸 깨달으셨고, 목록을 자세히 보니 아래에서 올라온(각 반의 병사들이 필요한 물품의 가격들을 계산해서 병장님께 올리면, 병장님께서는 아래에서 온 보고와 앞으로 조사병단이 쓸 예산을 전부 조사해 그 것들을 토대로 목록을 작성하신다.) 보고서에 계산 실수가 있다는 걸 발견하시게 되었다.
그래서 중간부터 다시 목록을 작성해야 하시는 병장님은, 식사도 거르고 일에 몰두하고 계신다.
병장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아침만 먹는게 말이 되나.
매번 식사를 거르시니 병장님 건강이 걱정되어 나는 병장님께 "제가 병장님께 요리를 해드릴래요!"하고 떼 쓰는 중이었다.
"됐어, 네가 해준 요리를 먹는 게 더 건강에 위협이 될 것 같으니까."
"우으... 한 번 먹어보세요! 저 요리 잘하는데..."
"사양한다."
병장님의 표정은 뭐랄까, 일을 다시 해야 되는 짜증남과 내 요리에 대한 불신이 섞인 미묘한 표정이었다.
"제가 요리 하나는 자신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지내왔으니 요리를 잘 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병사가 된 이후로 안 하긴 했지만, 병장님이 식사도 거르고 일에 몰두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나서서 병장님께 꼭 요리를 해 드리고 싶었다.
"병장님, 식사는 꼭 하셔야죠. 네? 네?"
"시끄러워."
"간단한 거라도 드릴게요, 꼭 드세요. 아셨죠?"
병장님의 의견은 무시하고 나는 병장님 집무실을 나와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조리실에서 나는 병장님께 드릴 팬케이크를 구웠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거라면 팬케이크가 제격이지. 나는 팬케이크가 구워질 동안 홍찻잎을 꺼내 홍차도 탔다.
쟁반을 들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병장님의 집무실로 향하는 나.
손이 없어 문을 어떻게 열지 고민하다가(병장님께서는 서류에 집중하시면 소리를 잘 못 들으시기에 노크를 애타게 해봤자 못 들으실 게 뻔했다-)
홍차를 엎지 않게 조심하면서 팔꿈치로 손잡이를 눌러 문을 열었다.
헉, 흘릴 뻔했다. 순간 문이 열리면서 몸이 앞으로 약간 쏠렸지만, 내 다리가 기적적으로 버텨 주어 홍차는 무사했다.
나는 조심조심 병장님께 가서 병장님 책상에 쟁반을 욜려 놓았다.
"병장님, 드세요!"
"잘 만들었네."
"제가 요리 잘 한다고 했잖아요. 어서 드세요."
"싫어." "네?"
병장님이 손을 멈추고는 나를 향해 입을 벌리셨다. 아, 먹여 달라는 소리셨구나... 응?
"머..먹여 달라구요?"
"싫으면 됐다."
"시, 싫은게 아니라 조금 부끄러워서..."
다시 펜을 쥐시려는 병장님의 손에 나도 모르게 "아- 하세요!"하고 소리 치고 말았다.
"아." 병장님은 왼 손을 턱에 받힌 채 입을 벌리셨다. 나는 나이프로 팬케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포크로 푹 찔러 병장님의 입에 넣어 드렸다.
"맛있네."
"그쵸? 목 메이시면 홍차도 탔으니 홍차도 드세요."
"고맙다."
병장님이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