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님!"
열심히 서류를 훑어보고 계시는 병장님을 뒤에서 톡 건드렸다. 하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병장님때문에 계속 등을 쿡쿡 쑤셨더니 병장님께서 뒤를 돌아 보시더니 "정신 사납게 뭐하는 짓이냐."하고 미간을 좁히신다.
"오늘도 바빠요?"
"조금."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정도는 금방 끝내."
"그럼 오늘은 저녁 드실거죠?"
"그래."
병장님은 건성으로 대답하시며 옆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드셨다. 홍차를 마시며 서류에 열중하시는 병장님 모습을 보니 오늘도 저녁은 거르실 것 같았다. 나는 병장님이 찻잔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그것을 집어 내 입으로 털어 넣었다.
"뭐하는 거냐, 너."
"병장님, 오늘부터 홍차 금지에요."
"뭐?"
"바쁘셔도 저녁은 드셔야죠! 밥 거르신지 벌써 사흘 째라고요. 그렇게 홍차를 마시니 식욕이 없는 거에요."
갑자기 마시던 홍차를 빼앗겨서 그런지 병장님은 상당히 언짢은 표정을 지으셨다.
"먹을 거야."
"...어제도 안 드셨잖아요, 저랑 약속하시고는."
"어쩔 수 없었다. 어제는 엘빈이 급하게 부탁한 서류가 있었으니까."
"그럼 지금 식당으로 가요."
"이 것만."
다시 손에 서류를 잡으시는 병장님 모습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이러다 병장님은 거인의 손에 죽기 전에 아사 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병장님 볼에 입을 맞췄다.
"빨리 가요. 네?"
"호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던 병장님이 나를 잡아 끌어당기셨고, 나는 그 힘에 이끌려 병장님의 무릎 위에 안착했다.
"..?!!?!"
"조금 남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건 누가 봐도 안다구요.. 저 서류의 양을 보면! 잠깐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하는 것 봐서."
"네? ...싫어요."
"싫다면 어쩔 수 없고."
"진짜!"
능글맞으신 병장님을 흘겨보던 나는 부끄럽긴 하지만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병장님 볼에 뽀뽀를 연속으로 퍼부었다. 입술을 떼자 얼굴에 확 열이 몰리는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얼굴이 달아 올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
"저 놀리시는 거에요?!"
"아아, 그래도 고맙게 받지."
그 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병장님, 식사 앞에다 두고 갈게요!"
"...에? 병장님 오늘 밥 드실거였어요?"
"말했잖아."
"그러면 방으로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고 말씀해 주셨어야죠!"
얼굴이 이제는 뜨겁다 못해 불탈 지경이었다. 얼굴을 손등으로 식히며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는 내 뒤에서 병장님이 피식 웃으시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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