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이 날씨에 훈련이라니 미친 거 아냐?"
"어쩌겠어, 2주 뒤에 벽외조사잖아."
"그래도 오늘은 너무하지. 더워 죽겠다."
병사들의 불만이 오늘따라 더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새어 나오고, 실내에 있어도 더워 미칠 지경이었다.
며칠 째 비도 안내리고 햇빛이 쏟아붓고 있는데 오늘은 정도가 더 심한 듯 했다.
일 분 정도 서 있었는데도 비 오듯 쏟아지는 땀 때문에 찝찝하고 불쾌했다.
"안녕, 아르민."
"네, 선배... 괜찮으세요?"
"응? 뭐가?"
"그게, 얼굴이 너무 빨간 것 같으셔서.."
"더워서 그래, 더워서. 시작할까?"
확실히 얼굴이 뜨겁긴 했지만 나는 원체 열이 많은 몸이고, 홍조도 심한 편이어서 별 대수롭지 않았다.
훈련 30분 째. 슬슬 모두가 지쳐가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얼굴을 적시는 땀을 계속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아르민과 검술 훈련을 계속했다.
그런데 목검을 쥐고 휘두르던 찰나 살짝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휘청, "괜찮으세요?"
아르민이 깜짝 놀라 내게 달려왔다.
"괜찮아. 살짝 어지러워서..."
"조금 쉬고 계세요. 저 혼자 해도 되니까요."
"어떻게 그래. 조금만 하면 끝나니까, 그냥 하지 뭐."
나는 다시 목검을 쥐었다.
아르민이 계속 나를 말렸지만 나는 눈짓으로 제 자리로 돌아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결국 아르민은 내 고집을 꺾지 못하고 다시 검을 들었다. 아르민은 나를 배려하려는 건지 약하게 목검을 휘두르지만, 이미 몸 상태가 메롱이 된 나는 아르민을 따라가지 못한다.
진짜 쉬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 찰나 갑자기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 졌다.
그리고 뭄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배!"
"으으응..."
"선배, 정신이 들어요?"
눈을 뜨고 보이는 건 하얀 천장.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르민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병장님?!
"병장님, 오늘 회의 가신 것 아니었어요?"
"회의가 일찍 끝나서 와 봤는데, 아주 가관이더군. 이 더운 날씨에 훈련하는 녀석들도, 시키는 녀석도. 어이, 아르민."
"예, 예?!"
"너는 같이 훈련을 하면서 상대방 상태 파악도 못하는 거냐? 네가 (-)을 말렸어야 정상 아닌가."
"병장님, 아니에요. 아르민이 말렸는데 제가 하겠다고 고집 피운 거에요. 아르민은 잘못 없어요."
"너네 둘 다 똑바로 들어. 그리고 너는 내가 누누히 말했지. 그만해야 할 때는 그만하라고.
본인의 건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네가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냐?
너 뿐만 아니라 네 생각하는 다른 녀석들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병장님은 싸늘한 표정으로 나와 아르민에게 독설을 날리시더니
"...됐다. 쓰러진 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이, 네 녀석도 그만 가지 그래."하고는 양호실 밖을 나가 버리셨다.
"..아르민, 미안. 나 때문에 너도 혼나고."
"아녜요, 제 잘못도 큰걸요. 선배 상태가 안 좋은 게 눈에 보였는데도 입 다문 제 잘못이에요."
"병장님은 많이 화나신 걸까..."
"글쎄요, 그런데 병장님이 선배 걱정 많이 하신 것 같던데요...
병장님이 잠시 훈련 감독하러 나오셨는데 그 때 마침 선배가 쓰러져서, 병장님이 그렇게 표정을 일그러 뜨리시는 건 처음 봤어요.
선배 들쳐업고 어찌나 빠른 속도로 양호실로 달려 가시는 지 조사병단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랐거든요."
병장님은 나를 걱정해 주신거구나.
병장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나는 가만히 이불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앞으로는 좀 훈련도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해야겠다, 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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