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
나는 멍하니 병장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병장님을 무시하는 행동도 아니고, 대화가 재미없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병장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다."
"네? 못 들었는데 다시 한 번-"
"안 듣고 있었지."
귀신 같이 알아채셨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발까지 크게 휘저어 보였지만 병장님은 이미 내가 딴청을 피웠다고 확정을 지으신 것 같다.
"그..그게 아니라! 병장님 목소리가 좋아서요..."
병장님이 인상을 찌푸리신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우물쭈물거리는 내게 "화 안 낼테니 똑바로 말해."라고 하며 자세를 느슨하게 고치셨다.
"정말 화 안 내실거죠?"
"그래."
"병장님 목소리가 좋아서 듣고 있었다고요..."
"호오."
"그냥 그렇다고요."
"내 목소리를 듣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뭐 다시 한 번 말할테니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라."
"병장님 혹시."
손깍지를 끼고 의자에 편히 기대 앉아있던 병장님이 내 앞으로 바싹 몸을 끌어당기셨다.
"왜."
"그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해주시면 좋겠는데... 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병장님을 올려다보았다.
"뭐?"
"아니에요."
"사랑해."
"네?"
"사랑한다고."
갑자기 훅 들어온 말에 깜짝 놀라 몸이 움찔거렸다.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는 '사랑한다'는 말은 파괴력이 어마어마했다. 몸둘 바를 모르는 나를 보고 병장님이 낮게 웃음을 지으신다.
(신청 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