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은 몽실몽실. 햇빛이 부드럽게 세상을 감싼다. 나는 빨래를 널다 말고 잠시 멈춰 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볕 아래 이불에서 햇살 냄새가 났다.
이런 날씨에 가만히 있는 건 아깝다. 나는 빨래를 서둘러 널고 곧장 병장님의 집무실로 달려갔다.
"병장님!"
"어, 왜."
차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계시는 병장님.
"병장-니--임---"
"왜 그러는데."
"지금 날씨가 얼마나 좋은 지 아세요? 저희 밖에 나갈까요?"
"애냐."
"아아아아, 병장님----- 장마철이라 요새 쭉 비만 왔었잖아요."
"귀찮아."
홍차를 마시면서 병장님께서 고개를 저으셨다.
"아이, 나오세요. 빨리!" 하지만 나는 아랑곳않고 귀찮아하시는 병장님의 팔을 억지로 잡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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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님, 여기 예쁘죠? 여기 빨래도 진짜 잘 마르고 경치도 좋아서 동기끼리만 알고 있는 곳인데요, 병장님이니까 제가 특별히 알려 드리는 거예요."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에 내가 걸어 놓았던 빨래들이 하늘하늘 기분 좋은 바람을 타고 살랑거렸고 바람에 맞춰 들꽃들이 고개를 숙였다. 이 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그러다 위를 바라보면 파랗고 자유로운 하늘이 펼쳐져 있고 그에 대조되는 높은 회벽이 답답하리만큼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참 경치를 구경하던 병장님이 나무 밑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등을 기대셨다. 나는 병장님과 같이 앉고 싶은 마음에 쪼르르 달려 가 그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아, 예쁘네."
"제가요?"
"풍경이."
"쳇, 그럴 때는 농담이라도 '너가 예뻐'라고 해주면 어디 덧나냐고요."
"그래, 너도."
"네?"
"예쁘다고, 너도."
예상치 못한 말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뜨거운 얼굴에 손 부채질을 하면서 어색하게 웃음짓는 내 모습이 병장님은 퍽 우습게 느껴지시는 모양이었다. 늘 경직해있던 병장님 얼굴이 오늘따라 한결 온화해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