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

"네?"

"...지금 몇 시인지는 알고 들어오는거냐."

"아직 새벽도 아닌데요? 그리고 어차피 병단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병단 안인데.."

동기들과 밤새 수다를 떨다가 점호 후 한참이 지난 시각에 방에 들어오게 됐고, 내 침대에 걸터앉아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병장님 모습에 놀랐다.

병장님과 만난 것이 그저 기쁜 나머지 헤실헤실 웃으며 병장님께 달려가 안겼는데, 병장님 반응은 나와는 다르게 싸늘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첫마디로 꺼내신 말은 '어디 갔다왔나' 라던가 '보고 싶었다'도 아닌 '지금 몇 시인줄은 아냐'.

병장님이 나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자마자 잔소리를 듣는 내 기분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점호 시간이 되면 바로 들어가라고 했을텐데?"

"어차피 병단 내잖아요. 그리고 저를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그거에요?"

"대체 왜 네가 화를 내는거냐. 엄연히 점호 시간을 늦은 건 네 잘못일텐데?"

"제가 잘못한거 맞아요, 네. 그런데 제가 어디 멀리 간 것도 아니고 고작 동기 방이라구요."

나도 모르게 말이 삐딱하게 나왔다. 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신 병장님이 팔짱을 끼시더니,

"아아.. 그래서 내 말이 듣기 싫다, 이건가."

순간 화가 났다.

"하아... 그 말이 아니잖아요."

결국 그 날부터 나와 병장님은 묘하게 냉전 상태가 되어 버렸다. 병단 내에서 마주치면 인사는 하지만 굳이 서로를 찾아가진 않았고 그 이유에는 저번 일뿐만 아니라 그동안 간섭이 심한 병장님께 지쳤던 것도 크게 한 몫했다.

'내가 밖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고작 병단 내인데.'

그리고 냉전 상태가 지속되던 어느날 밤, 방 문을 열었더니 의자에 앉아 계시는 병장님이 보였다. 날 기다리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갑자기 울컥 솟아오르는 화에 나는 홧김에 말을 툭 뱉어버리고 말았다.

"나가세요."

나도 내 입 밖으로 튀어나온 차가운 말투에 놀랐지만 한 번 뱉은 말은 도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뭐?"

"나가시라고요."

"...하. 너는 병사이기 이전에 나약한 사람이고,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죽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병단 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면 큰 착각이라는 거다."

"그건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그렇지만 제가 얼마나 속상했는 줄 아세요?"

"알고 있어."

"병장님이 잔소리하시던 그 때는 병장님이 바쁘셔서 저희 그 날 처음 본 거잖아요. 저는 만나서 기쁜 마음에 달려갔는데..."

"미안하다."

"..그 때 병장님이 보고 싶었다는 말이라도 해주셨으면 저는 병장님께 혼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거에요. 그렇지만 제가 잘못한건 맞으니까요. 잘못을 해놓고는 되려 엉뚱하게 제가 화를 냈으니 병장님도 화가 나셨겠죠..."

"단순히 너를 구속하려 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거니까."

"저는 아무데도 안 간다니까요."

"...그래."

"저희 이제 화해한거죠?"

병장님이 내 허리에 팔을 감싸 날 무릎 위로 앉히신다. 목덜미로 조용히 병장님의 숨결이 느껴졌고, 왠지 긴장이 풀려 그 상태로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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