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빨리 나오세요, 빨리!"


"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


"아, 돗자리랑 담요도 챙겨야지."


그러니까,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냐하면 오늘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신문 1면에 장식된 이 소식은 병단 내에 소소한 화제였다. 왕실 천문학자들 말은 조금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해가 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병장님을 먼저 밖으로 내보내고 나는 병장님께 드릴 홍차와 내가 마실 코코아를 타서 조심조심 들고 밖으로 나갔다. 역시 밖에는 병사들이 전부 나와서 우글거렸다. 병장님과 단둘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는 눈이 많으면 붙어있을 수조차 없었다.


"어떡하죠?"


"가자."


병장님께서 휙 내 손을 잡아끌어 발걸음을 옮기셨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 그저 병장님이 이끄는대로 몸을 맡겨야 했다.


-

병장님이 데려오신 곳은 조사병단 뒷동산. 왜 그생각을 못했을까. 나는 재빨리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주저앉았다. 병장님께 옆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거절하셨다.


"설마 여기가 더러울까봐 그러시는 거예요?"


꿈틀. 병장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일생에 한번 뿐일지도 모르는 별똥별을 서서 보시려구요? 앉아서 편하게 보시지 그래요."


억지로 병장님의 팔을 끌어 돗자리에 앉혔다. 병장님의 미간이 심하게 구겨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병장님께 홍차를 건넸다.

"자요. 하늘 봐요, 우리."


나도 재빨리 코코아를 손에 쥐고 마셨다. 코코아가 살짝 식어 미지근해졌지만 달달한 그 향과 맛은 따뜻하든 미지근하든 여전히 최고였다. 내 옆에 앉으신 병장님께서는 특유의 컵 잡는 모습으로 홍차를 마시면서 하늘을 바라보셨다.

싸늘한 밤 공기와, 벌레 우는 소리. 달빛이 거의 비추지 않아 어두운 주변 풍경까지 너무나도 완벽했다.


"별똥별 보면서 소원 비는건 알고 계시죠?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에 빌어야 한대요."


"아아."


코코아 한 입, 하늘 한 번. 고요하면서 아늑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 때였다.


"어, 별똥별!"


나는 소원 비는 것도 잊어버린 채 떨어지는 별똥별을 멍청하게 쳐다보았다. 칠흑같은 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그것은 넋을 놓고 볼만큼 아름다운 것이었다.


"넋 놓고 있기는. 소원은 빈거냐."


"아, 맞다! 다시 떨어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별똥별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마실 것을 다 마시고난 후에도 한참이나 하늘을 쳐다 보았지만 더 이상 빛은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병장님은 소원 비셨어요?"


"그래."


"어떤 건데요?"


"비밀이다."


"그런 게 어딨어요! 치사해."


병장님께서는 앞서 가시다가도 내가 조금씩 뒤쳐지면 발걸음을 늦춰 나와 맞춰 걸어 주셨다. 병장님의 배려에 찡 감동받다가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별똥별 여러개가 우루루 찬란한 빛을 내며 바닥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하늘에 수놓아진 그 예쁜 풍경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손을 모았다.


'병장님이랑 평생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날 병장님과 본 별똥별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