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님 머리 많이 길었네요."
"길었나, 자른 지 얼마 안 됐는데."
"슬슬 자르셔야 되지 않아요?"
병장님 머리카락은 꽤 빨리 자라는 편이었다. 현재 거지존에서 머무르고 있는 나는 3주일에 한 번씩 머리를 잘라야 하는 병장님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칫, 귀찮긴..."
"머리카락에 대고 짜증을 내셔도..."
병장님은 가위를 갖고 일어나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셨다. 어차피 거울까지 다섯 걸음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데 왜 저렇게 꾸물대시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이제부터 잡담 금지다."
"아 네..."
병장님은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하셨다.
"헉."
너무 놀란 게, 보통 사람들이라면 조심조심 자를텐데 병장님은 그냥 대충 이 길이다 싶으면 확 잘라 버리셔서 내 심장이 다 철렁했다.
"대충 됐겠지."
30초도 안 지난 것 같은데...
쿨하게 가위를 손에서 내려놓으시는 병장님 모습에 괜히 내가 떨렸다.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살폈지만 딱히 잘못 잘린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잘 자르시네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잘랐으니 익숙해질 수밖에."
"다음엔 제 머리도..."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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