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엥, 이게 뭐야?"

훈련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내 방문 앞에 놓인 선물 꾸러미를 발견했다. 혹시 병장님이 주신 걸까 하고 생각해봤지만 병장님은 선물을 주면 그냥 줬지 이렇게 방문 앞에 놓고 가는 앙큼한(?) 짓은 안 하실 게 확실했기에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일단 그 무거운 상자를 끙끙대며 방으로 옮긴 나는 더욱 더 의문이 들었다. 상자 안은 중간 사이즈의 머리핀을 꽂은 곰 인형과 사탕, 초콜릿 등의 군것질거리로 꽉꽉 차 있었다. 곰 인형에 꽂힌 머리핀으로 보아 내가 머리핀을 자주 하고 다니는 걸 아는 사람일테니 조사병단의 사람이 준 게 분명했다.

'하지만 조사병단원 중에 내게 이런 걸 줄 만한 사이의 사람이 없단 말이지..'

그 때 똑똑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선배, 선물 받으셨어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한 기수 아래의 후배였다. 이 친구와 나는 딱히 말을 많이 섞어본 적도 없고 오갈 때 인사만 나누는 사이였다.

"이 선물 네가 산 거야?"

"예에?! 아뇨! 제 친구가 선배님께 전해 달라고 해서 온 거에요.."

"아 그래? 그나저나, 누구야."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저랑 매일 같이 다니는 초록 머리 애가 보낸거에요."

"...그래? 고맙다고 전해줘."

"제가 깜빡하고 안 가져다 놓은 게 있어서, 이것도 받으세요."

후배에게 건네받은 편지 봉투를 열었다. 봉투에서는 독한 향수 냄새가 났다. 나름 신경써서 뿌린 것 같은데 좋다는 향은 모조리 뿌린건지 여러 향이 섞여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난다.

[선배 안녕하세요? 제 이름을 아직 밝히고 싶지않아 익명으로 선물을 보냅니다. 혹시 이 선물을 받고 제가 궁금해지셨다면 오늘 점호가 끝나고 뒤뜰로 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편지를 읽으니 더 찝찝해지는 기분이다. 혹시 후배가 보낼 사람을 착각하고 내게 보낸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런 걸 받을리가 없었다. 104기 후배들을 제외하면 친한 후배라곤 한 명도 없는데 역시 이 선물은 내 게 아닌 것 같다.

'아니, 그럼 이 선물을 당사자에게 가져다 줘야 되는걸까? 그러면 뒤뜰에 나가서 다시 돌려주면 되려나? 근데 나한테 줬을 확률이 높을텐데... 아아- 모르겠어!'

괜스레 복잡해지는 마음이었다. 선물의 주인이 나인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가만히 선물을 받는 건 아닌 것 같고 만약에 진짜 나한테 준거라면 어떡하지, 이걸 돌려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더 큰 문제는 병장님인데..'

이걸 병장님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지만 그냥 나랑 친해지고 싶어 보낸 선물일수도 있는데 말해봤자 병장님 기분만 나빠질 게 뻔하니 일단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

똑똑-.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밖에서 문을 두드리시는 병장님이다. 나는 재빨리 침대 밑으로 선물을 밀어 넣고 문을 열었다.

"어쩐.. 일이세요?"

"왠일로 네가 안 보이길래."

"낮잠이나 잘까 해서요..."

"어디 열이라도 있는 거냐?"

"아, 아뇨!"

계속 눈을 못 마주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인지 병장님이 점점 내게 다가오셨다.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졸려서..."

"...침대 밑에 뭐가 있어."

병장님이 침대 밑에 숨겨놓은 선물 상자를 발견하시고 말았다.

'뭐라고 말하지!'

"아 그게 후배한테 선물을 받아서요, 하하."

"그러냐."

아, 괜찮으신건가. 다행...

"다만 이걸 왜 숨겨 놓고 있었는지가 궁금하군."

"혹시 기분 나빠하실까봐..."

차라리 그냥 후배한테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나았을까.

"죄송해요!!!!"

"그나저나 이걸 준 건 누구냐."

병장님이 상자 뚜껑을 열더니 안에 있는 향수로 범벅된 편지를 보시고 인상을 구기셨다.

"이러실까봐 말 안한거라구요..."

"애인이 이런 걸 받았는데,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이 쓰이는 걸 어떡하라는 거야."

"당연히 저라도 그랬겠지만요..."

"참고로 말해두지만 그 애송이 녀석한테 질투하는 건 아니다. 단지 신경이 쓰이는 것뿐."

'그게 그거 아닌가요...'

어쨌든 이 선물은 돌려주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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