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을래요?]
내 앞의 남자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다.
따스한 햇살,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몽실몽실 흘러가는 구름까지. 데이트 하기에 적격인 날씨였다.
남자는 내 손을 가볍게 쥐고, 다시 나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짓는다.
[조금 더 걸을까요.]
[네? 네...]
남자의 손을 잡고, 나는 그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수줍은 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똑똑똑- "선배님 일어나십시오! 아침 점호 시간입니다!"
꿈이었나? 어쩐지 생생한 꿈의 느낌에 아직도 몽롱한 기분이었다. 잠에서 깨고 나니 남자의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꿈에서 느꼈던 상쾌한 기분만은 여전했다.
.
.
.
"........."
상쾌하긴 개뿔.
내가 느꼈던 꿈 속의 설렘은 병장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죄책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어차피 꿈 속의 가상 인물인데 상관 없는 거 아냐?'
라고 나 자신에게 세뇌를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바람(?)을 피운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병장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하하하..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저는 이만.."
그저 꿈일 뿐일텐데 병장님의 눈과 마주할 수가 없다. 죄책감은 점점 더 커져 왜 내가 그런 꿈을 꾸게 됐을까 하는 자괴감 마저 들 정도였다.
'안되겠어.. 분대장님 일이나 도와드려야겠다.'
쓸 데 없는 생각을 지우는 데엔 잡일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자 마자 분대장님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아직 식사 중이신가.'
인기척이 있나 확인하려 살짝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뭐? 널 피하는 것 같다고? (-)? 걔가? ...아! 네 더러운 말투에 상처를 받은 거 아닐까?!"
"그런 불쾌한 소리는 집어 치우지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으니까."
"어쩌다 너희들 연애 상담이나 해주게 됐는지, 나 참.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 아냐!"
"시끄러워."
벼..병장님 목소리인가, 진짜? 설마 병장님이 이렇게 내게 신경을 쓰고 계실 줄은 몰랐다. 고작해야 아침 시간에 두세번 정도 눈을 피한 것 뿐인데.
'풉. 병장님도 참, 은근히 귀여우시다니까.'
그래도 데이트하는 꿈을 꿔서 피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겠다. ..병장님께 죄송한 것도 있지만 왠지 말하면 후폭풍이 거셀 것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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