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리바이

거인 토벌수 : 8구

병장님이 좋아요

연애한지 2년. 2년이라는 시간은 어찌 보면 짧기도, 길기도 하다.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는 시간이 대략 2년 쯤 걸린다고 하는데, 짝사랑 기간을 합치면 거의 4년을 병장님만 바라봤다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이는 연애 초기의 설렘과 긴장감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단계..뭐,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 사이는 조금 소원해졌다면 소원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병장님!"

"아아, 미안. 집중하느라 못 들었다."

"...아녜요."

요새 무슨 일인지 도통 내 말에 집중도 안 하시고. 흘끗, 병장님 앞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 2시간 째 같은 페이지를 보고 계신다.

"저 먼저 갈래요."

"왜, 더 있다 가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집무실을 나왔다. 상쾌한 하늘과 대조적으로 내 마음에선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나는 한숨을 쉬고 한지 분대장님을 찾아갔다.

"분대장니임..."

"왜 그래, (-)?"

"병장님 요새 무슨 일 있으세요? 저만 보면 계속 뚱하시고, 일에 집중도 잘 못하시는 것 같고... 혹시 분대장님이 아시는 게 있으시다면.."

"응? 모르겠는데?"

"...그래요?"

분대장님은 뭔가 아시는 눈치였는데. 내게 말할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 나는 기분이 더 나빠지기 시작한다. 이 기분을 어떻게 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나는 헤르미네를 찾아갔다.

"헤르미네..."

"엥? 얘가 다 죽어가네? 무슨 일이야, 말해 봐."

낮잠자고 있던 건지 머리가 부스스했다. 단잠을 깨운 것 같아 미안했지만 일단 헤르미네의 조언을 듣고 싶어 나는 병장님과 있던 일을 모조리 헤르미네에게 전했다. 물론, 우리는 비밀 연애이기 때문에 가명(헤르미네한테 첫 연애 상담을 할 때 하도 이름을 물어보길래 시빌이라고 지었었다-)을 써야 했지만.

"뭐라, 네 남친이?!"

"...응. 무슨 일 있는 것 같지, 네가 보기에도?"

"(-), 이런 말 하긴 미안한데 시빌이라고 했나? 네 남친. 아놔, 이름도 욕같이 생겨서는. 그 시빌 놈, 아 욕은 아니야. 여자 생긴 것 같은데?"

"...여자?"

"딱 봐도 그러잖아. 젊고 예쁜 애 생겼나보지. 일에 집중 못하고, 너한테도 집중 못하고. 백퍼 아닌가? 게다가 네 남친 주변 사람도 너한테 뭐라 얘기를 못했다며. 딱봐도 바람이지, 내 경험이 몇 년인데."

터덜터덜. 헤르미네에게 연애 상담을 했지만 전혀 시원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찝찝하면서 분노가 차오르고, 무기력해지는 이 마음. '병장님은 왜 하필 나랑 사귀고 계시는걸까.' 이상한 기분에 한 걸음 내딜 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

'그러고 보니, 요새 좀 이상하시긴 했지. 혹시 얼마 전에 쓰시던 향수를 바꾼 것도 그 이유 때문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병장님이 죽도록 미웠지만 헤어지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싫었다. 병장님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시는 건 아닐 지 불안해진 나는 일단 병장님을 찾아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