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3분 전, 우리 팀 직원들은 이미 모두 일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였다.
컴퓨터 시계를 뚫어져라 보다가, 벽에 걸린 시계도 한 번 쳐다보고.
"이만 퇴근하지."
엘빈 팀장님이 일어서시자 마자 모든 직원들이 벌떡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직원들 중에는 나도 포함. 요새 일이 바빠 쭉 야근이었는데, 오랜만의 정시 퇴근이다.
"과장님은 안 가세요?"
"아아, 정리할 게 남아서."
...헐, 괜히 물어봤다. 혼자 앉아계시는 과장님이 신경 쓰여서 안 가시냐고 물어봤는데.
남은 일을 끝내야 한다고 하시는 과장님을 놔둔 채 '아 그러세요. 열심히 하세요.'하고 나가는 건 신입으로서 할일이 못 되었다.
예의상 일단 과장님께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괜찮다고 혼자 한다고 말씀해주세요! 제발..!
과장님은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으시면서 "됐다. 빨리 집에나 가지 그래." 하고 손을 휘휘 저으셨다.
"그럼 저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사무실을 나섰다.
그렇지만 역시 거슬린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녁도 안 드시고... 슬쩍 문 틈으로 과장님을 쳐다봤다.
문 앞이 바로 과장님 자리라 보기가 수월했다. 눈을 찌푸리면서 컴퓨터 안의 파일을 보는데, 어딘지 익숙했다.
뭐지, 왜 익숙하지.
눈을 더 찌푸리고 큰 글자를 읽었다. 저거 내가 아까 정리하던 자료인데...
그러니까 과장님은 내가 정리한 자료를 수정하고 계시는 건가?
...어떡해!
과장님이 퇴근을 못하고 계시는 건 결국 내 탓이었다. 나는 쭈뼛쭈뼛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과장님, 제 것 지금 수정하고 계시는 건가요? 저도 같이 하겠습니다."
"그냥 퇴근하지 그래? 일찍 끝났다고 좋아하던 것 같던데."
"아니에요! 저도 같이 할게요."
과장님이 잠시 나를 쳐다보시더니 내게 자료를 건네셨다.
"그럼 이 자료 그래프가 잘못 되어 있으니까 이것만 수정하고 가라."
과장님께 자료를 건네 받아 나는 그래프를 확인했다. 진짜 이상한 자료를 넣어 놓았네... 나는 재빠르게 맞는 그래프를 찾아 과장님께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과장님은 컴퓨터로 내가 넘겨드린 자료를 입력하셨다. 둘이 같이 하다 보니 일처리 속도가 빨랐다.
"끝! 수고하셨어요."
"그래."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빨리 뒷정리를 끝내고 저녁을 먹고 싶었다.
"저녁은 아직 안 먹었나."
"..? 네."
"밥 먹으러 가지. 내가 살 테니까."
"아뇨아뇨아뇨! 그러시면 제가 죄송한데."
"됐다. 늦게 붙잡고 있었으니 먹고 싶은게 있으면 말해라."
"그렇다면...곱창 어떠세요? 회사 앞에 새로 생겼던데..."
조심스레 곱창을 외치는 나를 보고 과장님이 살짝 웃으신다. 엥, 웃으신다?!
"어?"
"왜 그러냐."
금세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신 과장님.
하지만 왠지 과장님과 친해진 것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