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엄마! 어. 도착했어. 뭐? 기념품? 내가 지금 놀러온 줄 알아? 알겠어, 사올게. 응응, 어! 과장님이시다. 알았어, 엄마. 끊어."
2시간 15분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비행기를 처음 타 본 나로써는 너무나도 설레는 하루였다. 오키나와로 해외 출장이라니. 내가 말로만 듣던 해외 출장을 가게 된 게 믿을 수가 없었다.
한지의 말에 따르자면 신입 사원은 출장이 극히 드물다던데, 나는 누군가의 특별 추천으로 오게 되었다. 누가 추천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성과를 거둬야지.
"전화는 끝난거냐."
"네! 죄송해요, 좀 오래 걸렸죠. 해외는 처음이라 엄마가 걱정이 많으셔서."
과장님께서는 흘끗 손목 시계를 쳐다보시고는 "서둘러. 일정이 꽉 찼다." 발걸음을 재촉하셨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과장님의 뒤를 따랐다.
공항 앞에서 과장님은 택시를 잡으셨다. 나는 여태껏 그랬듯이 택시 문을 잡고 열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갑자기 택시 문이 열려 깜짝 놀랐다.
'맞다, 여긴 일본이지.'
앞좌석에는 과장님이, 뒷좌석에는 내가 앉았다.
"RVホテルまでお願いします. (RV 호텔까지 부탁드립니다.)"
"わかりました. (알겠습니다.)"
"과장님, 일본어도 할 줄 아세요...?"
"도쿄대생이니까."
'?!그 젊은 나이에 과장이라 신기했는데, 역시 엘리트시구나.. 도쿄대라니...'
"그리 대단한 건 아냐. 중학생 때부터 일본에서 살아서 자연스레 배우게 된 거다."
"예? 도쿄대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뇨! 와, 과장님 인생을 너무 편하게 사셨네!"
경악을 하고 있는데 앞 좌석에 앉은 택시 기사와 백미러를 통해 눈이 마주쳤다.
"스..스미마셍..." 얕은 일본어 지식을 머리 속부터 끄집어 내어 기사님께 사과를 했다. 택시는 교차로를 빠져나가 커다란 호텔 앞에 도착했다.
"우와, 완전 크다! 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하.."
어색하기 그지 없는 일본어를 남발해대는 내가 창피하신 건지 과장님께서는 서둘러 택시 기사님께 요금을 건네시고 캐리어를 챙겨 드셨다.
"과장님! 호텔이 너무 커요! '나 홀로 집에'서 나오는 호텔만큼 큰 것 같지 않아요?"
"쯧, 애냐? 한 눈 팔다간 놓칠거다."
과장님께서 짧게 혀를 한 번 차시고는 내 손목을 잡아 이끄셨다.
"우왓, 과장님!" 나는 과장님께 질질 이끌려 프런트 앞으로 갔다.
"こんにちは! 何をお手伝いしましょうか?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予約して来まし. チェックインできますか. (예약하고 왔습니다. 체크인 가능할까요.)"
"少々お待ち下さ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프런트에서 방긋방긋 웃던 귀염상의 여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이내 사색이 되어 전화를 끊었다.
"もうしわけございません! 何か誤りがあったようですね. 部屋が一つしかないですね. 払い戻して差し上げましょうか? (죄송합니다! 뭔가 착오가 있던 것 같아요. 방이 하나밖에 없네요.. 환불 해드릴까요?)"
"いいえ,結構です. そのお部屋にしてください.(아뇨, 됐습니다. 그 방으로 주세요.)"
일본어로 무어라 무어라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이지만,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어 표정으로 대충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여자는 연신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고, 과장님은 늘 그러셨듯이 시크한 표정이셨다.
"왜요, 뭐래요? 문제 있어요?"
"방이 하나밖에 없다더군."
"네? 그럼 저희 어떡해요?"
"별 수 없지, 우선 거기서 자는 수 밖에."
"예, 예? 과장님이랑 단 둘이요?"
"너한테 손 댈 생각은 추호도 없고, 옷자락도 스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일단 거래처와의 약속이 급선무이니 그거부터 해결해야 되잖아. 체크인하는데 시간을 오래 쓸 수 없어. 내일은 다른 곳을 알아 볼테니."
잠시만, 방이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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